외국인 근로자 4명중 1명, 월급보다 실업급여 많은 ‘역전 수급자’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자 중 중국 동포 및 중국인 비중 73% 근무 기간 1년 미만 퇴사자 숫자도 1만 명 달해 장단기 근속에 따른 실업급여 지급 요건 변경 필요하단 목소리도

실업급여를 수령한 외국인 근로자 4명 중 1명꼴로 실직 전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나 여당에서 문제 제기에 나섰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실업급여 수령자 1만2,100명 중 기존 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받은 속칭 ‘역전 수급자’는 3,200명(26.4%)으로 집계됐다.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월 185만원 상당의 하한액(최저임금의 80%)이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역전 수급자 증가에 국민의힘 문제 제기

지난달 26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국계 중국인으로 분류되는 재외동포(F4)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만큼 장기 체류가 가능한 상황에서 한국인과 동일한 실업급여 규정 적용 덕분에 과도한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다른 국가 출신들의 경우는 비자 문제로 장기체류가 불가능해 사실상 실업급여를 받기가 쉽지 않지만, 중국계 재외동포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000여 명의 한국계 중국인이 총 439억원의 실업급여를 받았으나, 이들이 납부한 고용보험료는 합계 98억원에 불과했다. 납입 보험료의 약 4.5배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받아간 셈이다. 일반적으로 실업급여 수령자의 고용보험료 납입 내역이 상대적으로 더 적고, 내국인 수급자 140만 명도 납입보험료(2조5,085억원)보다 수급액(9조1,177억원)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국인의 경우는 비율이 3.6배에 불과해 중국계 재외동포에 비해 격차가 적었다.

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 역전 수급자는 2016년 1,100명(23.9%)에서 2020년 5,700명(37.3%)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4명 중 1명꼴인 26.4%가 기존 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받았다. 이들이 수령한 실업급여 총액은 지난해 196억6,000만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된 실업급여(762억4,000만원) 중 25.8%는 역전 수급자에게 돌아간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1인당 실업급여는 2016년 420만원에서 2022년 860만원으로 10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 근로자의 1인당 실업급여는 490만원에서 910만원으로 85.7% 늘었다. 김상훈 의원은 “실업급여 역전 현상은 실직자의 재취업을 장려하기보다 자칫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제도의 허점을 검토해 탈법적 누수를 최소화하고, 내국인과 외국인 간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 근로자와 단기 근로자에 대한 실업급여 상한 조정으로 문제 해결

한 여당 관계자는 고용보험 가입기간(근속연수)에 따라 장기근속자에게 더 많은 실업급여를 주고, 단기근로자에게 적은 금액을 주는 방식으로 실업급여 역전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정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평균 보험료 납입 기간이 중국인의 경우 3년 남짓에 불과한 반면, 내국인은 5년 8개월에 달하는 만큼, 근속 연수에 따라 차등을 둘 경우 불평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소 요건만 채운 뒤 퇴사해 실업급여를 타낸 외국인 수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기간별 처우 차별이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외국인 실업급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피보험 기간이 1년 미만인 외국인의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2019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9,986명으로 집계됐다. 피보험 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일 경우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한 만큼, 통상 7개월 이상을 근무해야 실업급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중 중국 동포는 5,994명, 중국인은 1,364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73%에 달했다.

중국 동포와 중국인의 경우 체류 기간이 길고 사업장 변경 제한이 없는 재외동포나 결혼이민(F6) 비자 보유자의 비율이 높다. 반면 나머지 이주 노동자들은 3개월 이상 근로하지 못할 경우 곧장 강제 출국당하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업급여를 받기가 불리한 구조다.

이민청 설립 시 장·단기 근로자 구분한 실업급여 요건 필수라는 지적도

최근 저출산에 따른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에 나선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체류 요건 중 실업급여 지급 규정도 손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된다. 이주환 의원은 “조선족과 중국인 노동자에게 실업급여가 편중돼 있다”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는지, 외국인 고용보험의 공평한 분배 차원에서 제도에 문제는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 대상 비자 발급 기준이 완화되면서 내국인의 취업률보다 외국인의 취업률이 더 크게 오른 상황이 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만1,000명 늘었으나 이 중 외국인이 13만4,000명으로 전체의 37.1%를 차지했다. 인구수 대비로 비교할 경우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취업률이 훨씬 더 높은 셈이다. 이민청 설립과 더불어 적절한 실업급여 지급 규정을 갖춰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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