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3,000원 미만, 우유값 인상폭 제한 가능할까?

원유 가격 상승분, 6일부터 우유 가격 상승폭으로 전환 예정 소비자가 리터당 3천원 미만 유지 위해 낙농, 우유, 유통업계 대승적 합의 수입산 멸균우유 공세에 가격 인상 어렵다는 공감대도 한몫

올해 초 리터(L)당 88원(8.8%) 인상됐던 원유 가격이 6일부터 본격적으로 유제품 가격에 반영될 상황에 처하자 정부가 물가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4일 양재 농협하나로마트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정욱 축산정책관 주재로 소비자단체·생산자·유업계·유통업계 관계자들이 우유 가격에 대한 현장 간담회가 개최됐다. 오늘 6일부터 본격화되는 유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을 앞두고 업계에 가격 인상 최소화 노력을 당부하고, 관련한 제도 개선 등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 우유 판매 코너/사진=농림축산식품부

원유 가격 상승에 우유업계 부담 가중, 가격 올려야 된다는 목소리 높아

올해 원유 가격은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해 L당 88원(8.8%)로 인상이 결정됐다. 낙농가에서는 생산비가 L당 115.76원(13.7%) 상승한 점을 들어 협상폭의 최상단(104원) 인상을 요구했으나 우유업계의 강한 반대와 물가 관리에 나선 정부의 입김에 결국 두손을 들어야 했다.

우유업계도 낙농가와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상폭에 제한을 두는 쪽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소비자 구매가 가장 많은 1L급(900ml~1000ml) 제품의 가격을 대형마트 기준 3,000원 이하로 인상폭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업체별로 인상폭은 다를 수 있으나 3~6% 수준의 인상폭으로 최대한 낮추고, 수익 부담은 상대적으로 가계 소비 비중이 낮은 200ml나 1.8L 등의 소형, 대형 용량 제품, 요구르트 등 다른 제품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우유업계 및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우유 가격 상승이 가계 장바구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부 의견에 따라 고통 분담에 함께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예상되는 1L당 3,000원을 넘지 않도록 가격 관리가 필요하다는 정부안을 따르는 것과 별개로, 대폭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밀크플레이션(Milkflation) 우려는 크지 않아

농식품부는 흰우유 가격 상승이 빵, 커피 등 관련 가공식품 가격을 줄줄이 오르게 하는 ‘밀크플레이션(우유와 인플레이션 결합 단어, Milkflation)’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식품 제조 업종별 원재료의 제조원가 비중은 53.8~78.4% 수준으로 유제품과 아이스크림 등을 제외하면 원유나 유제품의 원료 비중이 높지 않아 원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자류의 경우 흰우유 함유량은 최대 5%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흰우유 가격이 과자류 가격까지 동반 상승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또한 매장에서 판매되는 흰우유보다 저가 수입산 우유를 쓰는 경우가 많아 이번 가격 합의와는 무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의 경우 흰우유 사용량이 많아 국내 제조가 이뤄지는 상품군 일부에 대해서는 밀크플레이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흰우유 가격이 3,000원까지 인상된다는 소식에 원유가격연동제로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6일부터 우유 가격이 인상된다는 설명을 본 양재하나로마트의 소비자 A씨는 “국내 사정상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에 그간 소문으로만 들었던 수입산 멸균 우유 쪽에 관심이 생겼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멸균 우유 수입 크게 증가

복수의 우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작년부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멸균우유 수입품에 대한 수요도 이번 가격 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우유는 신선도 문제로 수입이 어려운 품목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 우유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폴란드, 호주 등지에서 생산된 멸균우유를 대체재로 꼽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멸균우유 수입량은 2만9,350톤으로 2021년 대비 무려 57%나 늘었다. 올해는 경기 침체가 가중되면서 멸균우유 수입이 더 확대되고 있어 유통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원유 가격은 L당 1,083원으로 20년 새 약 72%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에서의 원유 가격 상승률은 10%대에 불과했다. 시간이 갈수록 수입산 멸균 우유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수입산 우유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한국의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로 떨어진 상태다. 소비자들이 수입산 우유로 점차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가격을 계속 인상한다면 결국 국내 낙농가와 유가공업체가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2026년부터는 수입 유제품에 붙는 관세도 완전 철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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