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에 담배 피우고 쇼핑하고, 직장인들 하루 1시간 20분은 ‘딴짓’으로 허비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자 업무몰입도 현황조사' 발표
김과장 또 자리 비웠나? 대기업 근로자들 1시간 이상 사적 활동
일은 하는 둥 마는 둥, 딴짓하는 근로자 지칭하는 신조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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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자사 근로자(사무직)의 업무 몰입도를 평균 82.7점으로 평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근로자들이 업무시간의 약 17%를 사적 활동에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대다수 기업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직원들의 사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적극적 인사 관리를 통해 노동 생산성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업무 중 하루 평균 1.2시간은 개인적 활동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0일 발표한 ‘근로자 업무몰입도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자사 근로자(사무직) 업무몰입도를 평균 82.7점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총은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직원들이 흡연, 인터넷 서핑, 외출 등 개인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을 점수로 매겨 달라고 주문했다. 업무 시간 8시간을 온전히 업무에 쓴다면 100점, 8시간 중 12.5%인 1시간을 개인적인 활동에 쓴다면 87.5점으로 표현하는 식이었다.

이번에 산출된 82.7점이라는 점수는 근로자가 휴게시간을 제외한 하루 8시간 근로 시간 가운데 1시간 20분 정도(약 17%)를 업무 외 사적 활동에 소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자들의 업무 외 사적 활동이 평균 1시간 미만(87.5점 이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22.4%였고, ‘1~2시간'(75점~87.5점)은 65.3%, ‘2시간 이상'(75점 미만) 12.2%로 집계됐다.

한편 근로자의 업무 외 사적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은 54%로 절반이 넘었다. 구체적으로는 ‘잦은 자리 비움 등 눈에 띄는 부분만 관리'(38.0%)하거나 ‘근로자 반발 등의 이유로 거의 관리하지 않는다'(16.0%)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경총은 “근로자의 사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기업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난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인사 관리 강화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관리’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26.0%, ‘성과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관리 필요성 없음’이라고 답한 기업은 14.0%로 집계됐다. 성과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기업일수록 업무 몰입도는 높게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업무몰입도는 89.4점으로 파악됐는데, 업무 외 사적 활동 평균 시간이 1시간 미만인 셈이다. 반면 ‘근로자 반발 등의 이유로 거의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의 업무 몰입도는 74.4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들 기업은 평균적으로 2시간 이상을 사적 활동에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평균 근로 시간에 대해서는 ‘적당하다’는 평가가 70.0%로 가장 많았다. ‘다소 많다’는 응답은 24.0%, ‘다소 적다’는 응답은 6.0%였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업무몰입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근로시간의 효율적 활용과 업무시간 내 사적 활동 자제,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 등 적극적 인사관리를 통한 노동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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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공무원 A씨가 게재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딴짓 이유는 ‘머리 식히기 위해’

국내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업무시간에 딴짓을 하는 이유로 ‘머리를 식히기 위해’(65.7%)와 ‘업무 중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39%)를 가장 많이 꼽았고, ‘할당 업무가 끝나도 정시 퇴근을 할 수 없어서’(28%), ‘업무량이 적어서’(18.6%)가 그 뒤를 이었다. 딴짓으로 허비하는 시간은 ‘1시간~2시간 미만’(31.9%)이 제일 많았으며, ‘30분~1시간 미만’(25.6%), ‘30분 미만’(18.5%), ‘2시간~3시간 미만’(14.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딴짓을 언제 하느냐는 질문에는 ‘특정 시간이 아닌, 시간 날 때마다 한다’(48.6%,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 ‘퇴근 직전’(25.6%), ‘점심시간 직후’(23.3%), ‘출근 직후’(18.5%), ‘오후 근무시간’(16.2%), ‘점심시간 직전’(13.4%)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하는 딴짓으로는 ‘인터넷 검색’(81.4%, 복수응답)이 1위, 다음으로는 ‘메신저’(36.9%), ‘커피 등 티타임’(32.4%), ‘인터넷 쇼핑’(24.9%), ‘동료와 잡담’(21.1%), ‘흡연’(18.3%)등 순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일은 하는 둥 마는 둥 딴짓하는 시간이 더 많은 이를 두고 ‘월급 루팡(도둑)’이라 칭하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회사에서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실적도 못 내는데, 월급만 따박따박 받아간다는 뜻이다. 한 공무원의 경우 스스로 월급 루팡임을 증명하면서 중징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양주시청에 소속된 9급 공무원 A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이 급속도로 퍼졌다. A씨가 올린 게시물에는 직접 촬영한 출장 신청서와 함께 “월급 루팡 중”, “출장 신청 내고 주사님들이랑 밥 먹고 카페 갔다가 동네 돌아다님”이라는 문구가 게재돼 있었다.

이같은 월급 루팡에 대한 법적 처벌 기준은 사실상 없으나 업무비용을 부정 수급하거나, 근무 사실을 허위로 보고하는 등 사기업 근로자의 명백한 근무 태만 행위가 드러날 경우에는 해고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괜한 법적 시비에 휩쓸리지 않도록 근로계약 시 취업 규칙을 면밀히 숙지하고 그에 따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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