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공택지 벌떼입찰 10년 전 건설사까지 전수조사한다

2013~2015년 공공택지 입찰도 벌떼입찰 발견, 국토부 전수조사 돌입 원희룡 국토부 장관 “호반건설 1조3천억 차익 남겨, 공정위 608억 과징금 부과” 건설 관계자들 “유령업체 이용 관급 공사 수주는 비일비재한 사건” 향후 유사 사건 방지 위해 적극 행정 필요하다 지적도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LH가 공급한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건설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2018년~2022년간 속칭 ‘벌떼입찰’ 의심 정황을 확인하면서 10년 전 입찰에서도 같은 현상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번 점검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벌떼입찰이 성행한 것으로 드러난 2013~2015년 중 추첨 공급받은 건설사 및 필지가 대상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5일 호반건설에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소유의 호반산업, 각 회사의 완전 자회사 등 9개사에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매수자 지위를 양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출처=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페이스북

‘벌떼입찰’ 특정 건설사 고속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벌떼입찰은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려고 모기업이 여러 개의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국토부는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추첨 공급한 총 191필지(수도권 134, 지방광역시 14)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당첨 수 상위 10개사가 수도권 78필지(58%) 등 총 108필지(57%)를 싹쓸이 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최근 공정위 조사에서 2015년 이전에도 벌떼입찰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조사대상을 10년 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오는 7월부터 지자체와 현장점검을 통해 건설산업기본법과 주택법상 등록기준(사무실, 기술인, 자본금 등) 충족 여부를 조사해 페이퍼컴퍼니(서류상회사) 등 위법업체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공공택지 청약 참여를 제한할 계획이다. 또 제도적으로 벌떼입찰을 차단하기 위해 2022년 10월부터 운영 중인 1사 1필지 제도를 현재 규제지역 및 과밀억제권역 등 수도권 일부에서 수도권 전역 및 지방광역시로 확대 적용한다.

1사 1필지 제도는 1필지 추첨에 참여 가능한 모기업과 계열사의 개수를 1개사로 제한하는 제도로 현재 규제지역 및 과밀억제권역의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용지에만 적용한다.

건설 업계, 억울한 피해자 나오지 않도록 해야

최근 5년치 조사를 마친 국토부가 2015년 이전 자료들에 대해서도 전수조사 방침을 세운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5일 공정위의 호반건설 제재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의 2013∼2015년 공공택지 벌떼입찰과 낙찰택지 양도가 동일인(총수) 2세 소유 계열사를 위한 부당내부거래의 한 ‘수단’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개인 SNS를 통해 “호반건설 (총수)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분양이익으로만 1조3천억원 이상을 벌었다”며 “국토부는 해당 시기 등록기준 충족여부를 조사하고,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원 장관의 강경한 의지와는 달리 건설 업계에서는 6~10년 전 택지 입찰 과정에 대한 조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당시 입찰 과정에서 벌떼입찰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가 남아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입찰 당시에는 요건을 충족시켰더라도 최근 들어 건설 업계가 대규모 불황에 빠진 만큼, 경영 사정이 나빠져 현재는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 국토부 전수 조사 시 밝혀진 적발 사례/출처=국토교통부

‘벌떼입찰’에 피해 봤던 기업들 구제는?

벌떼입찰에 대한 과징금이 608억원에 불과한 것에 대해서도 건설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원 장관의 주장대로 호반건설이 실제로 1조3천억원의 수익을 얻었다면 과징금 608억원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벌떼입찰에 건설 프로젝트를 놓친 수많은 건설사들 중 일부는 경영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호반건설의 공정거래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과징금 이상의 제제가 가해져야 업계에서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2018년~2022년 조사에서 적발된 건설업체 일부는 실제 근무 중인 직원이 없는 상태에서 사무실을 창고로 쓰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상의 단순 점검만 진행했을 뿐,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입찰이 진행됐던 것을 뒤늦게 고쳐봐야 견실한 건설사들이 피해를 봤던 점을 돌이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건설업자는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관급 공사 상당수에서도 유령회사들을 이용한 입찰이 비일비재한 만큼, 정부 발주 프로젝트 담당 기업 선정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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