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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되살아난 원전, 산업 육성도 수출도 힘 실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천명한 윤 대통령 정부 60조원 규모 목표로 해외 원전 수주 나서 온라인상 원전에 대한 국민 인식은 아직 부정적

한국 원전산업이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자력 발전 생태계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됐다. 원전협력업체들은 재기를 꿈꾸고 있고,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에도 속도가 붙었다. 특히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새 정부 출범 100일 만에 이뤄진 변화이자 성과다.

윤 대통령, “원전산업을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워할 것”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 원전산업을 국가의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워갈 것”이라며 “우리 원전과 기업의 해외 진출과 세일즈를 위해 발로 직접 뛰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 등을 명시하고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0일 동안 정부는 원전산업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각종 대책과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원전 최강국 도약’을 목표로 올해 1,306억원 규모의 원전 관련 긴급 일감을 발주했고,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6,7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또 지난달부터는 원전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과 특례 보증에 나서는 등 원전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도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하고 연내 설계 관련 자금 120억원의 조기 집행 근거도 마련했다.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노후 원전의 운용을 추진하고,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 시기를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원전협력업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방사선 계측 장비를 개발·제조·판매하는 A사는 최근 한숨을 돌렸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협력사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과 특례 보증을 시작했는데, A사가 심사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원전용 특수 크레인을 만드는 B사 전무는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관련 부품 발주가 시작된 것은 우리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준 것”이라며 “정부 지원이 헛되지 않도록 원전 계측 원천기술을 다각화해 국가의 원전산업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수출을 통해 원전이 신성장 동력이 되기를 기대하는 가운데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통해 사막 원전 경험을 쌓은 것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한국은 첫 수출 원전인 바라카 원전 1·2호기를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하며 사막 원전 건설 및 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엘다바 원전도 사막에 있어 한국이 UAE에서 쌓은 노하우가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사진=한국전력

해외 원전 사업 수주 성공 잇따라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국내 원전 기업들은 이번 수출로 전환기를 맞았다. 한수원이 수주한 엘다바 원전 2차 건설은 전체 사업 규모(300억 달러)의 5~10%다. 한수원 몫만 최소 2조원이 넘는데 국내 기업 부품이 다수 공급된다는 점은 원전 업계가 볼 ‘낙수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업계의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엘다바 원전 시공은 국내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가 맡을 계획이다. 200개가 넘는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사들도 일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목표로 한 60조원 규모의 원전 수주전에도 힘이 실렸다. 정부는 이미 8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폴란드가 추진 중인 4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도 정부가 노리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월 첫 해외 출장지로 체코와 폴란드를 찾아 ‘원전 세일즈’를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체코 정부도 한국형 원전(APR-1400)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사업도 수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5월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에 12조원 규모의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1400MW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원전 업계는 사우디 원전 수주전이 한국, 러시아 등 2파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봤다. 프랑스는 원전 건설 단가가 비교적 높고, 중국은 사막 원전 경험이 전무해서다.

키워드 ‘원전’ 언급량 기간별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원전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잇따른 원전 사업 수주에 국민들의 관심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로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한 발언의 여파로 해석된다. 원전에 관한 언급량이 크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8월 10일 이후로 가장 언급량이 많았던 날은 8월 11일이었다. 이날의 언급량은 총 8,600만 건으로 언급량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8월 10일 언급량 약 540만 건과 비교했을 때 15배 증가했다.

키워드 ‘원전’ 채널 카테고리별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이러한 언급량은 언론 매체인 뉴스보다 국민들에게 있어 접근성이 좋고 장벽이 낮아 비교적 의견을 표출하기 쉬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았다. 뉴스에서의 언급량이 약 3억 건이었던 것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은 7억2천만 건에 달해 뉴스에서의 언급량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온라인 카페에서의 언급량이 약 1억9천만 건, 유튜브에서의 언급량이 약 1억1천만 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키워드 ‘원전’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원전’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원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아직 부정적

다만 원전 사업 수주 성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영향으로 여전히 원전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전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59.52%로 긍정 평가 40.48%를 웃돌며 과반을 차지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차이 폭이 좁혀지는 등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8월 18일에는 긍정 평가가 약 4억5천만 건으로 부정 평가 약 3억6천만 건을 제치고 역전했다.

키워드 ‘원전’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국민들은 특히 원전 수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과 관련돼서 언급된 키워드를 네트워크로 정리한 결과, 키워드 ‘원전’ ‘세계’ ‘수출’이 서로 나란히 배열됐다. 이는 세 개의 키워드 간의 관계성이 매우 밀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국민’ ‘원전’ 등의 키워드가 나열된 하늘색 키워드 그룹은 ‘원전’ 그룹으로 해석된다. 또한 ‘한국’ ‘중국’ ‘미국’ ‘세계’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빨간색 키워드 그룹은 ‘세계’ 그룹이라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수출’ ‘사업’ ‘산업’ ‘추진’ ‘상승’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보라색 키워드 그룹은 ‘수출’ 그룹이라 해석된다.

원자력업계는 지난 5년 동안 원자력 생태계 붕괴가 일어나 지난 60년간 원자력업계의 피땀으로 이룩해 온 기술력을 다시 살리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동안 원전 종합설계 용역이 중단돼 전문 엔지니어들이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등 협력업체들의 일거리가 줄어든 것에 대한 방안도 지적됐다.

정부 원전 업계 부활 위한 지원 정책 마련 

이에 정부는 국내 수출 기자재 업체 현황과 경쟁력 지원방안을 위해 약 400여 개의 원전 기자재 업체의 매출과 수출 실적 감소 등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 우선 일감을 조기에 창출해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고 협력업체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중 1조원 이상의 일감을 공급한다. 맞춤형 수주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일감의 연속성을 강화하기 위해 원전부품 발주 국가에 대해 맞춤형 입찰 정보시스템을 가동하고 글로벌 인증과 벤더 등록을 위한 컨설팅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다시 한번 ‘팀 코리아’가 대상국과의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고 원전 수출의 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 시장이 축소되더라도 원전 수출을 통한 국부창출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원전 산업 생태계의 지원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중장기적 국가 원전 정책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안 및 대책을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세부적인 추진 전략과 방향에 따라 원전 산업이 더욱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으며 국가 운영의 동력원인 에너지산업 자체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향후 원자력업계가 요구하는 바를 정책에 잘 반영하고 다시 한번 원자력 생태계가 활성화돼 바라카 원전 수출에 이은 제2, 제3의 원전 수출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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