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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비난 투기장으로 전락한 ‘국회’

권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연설서 “경제 위기는 文 정부 탓” 민주당 박 원내대표, 대통령 측근 챙기기에 “문고리 육상시가 장악” ‘과거의 실패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스킬 부재한 정치인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사진=국민의힘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 경제위기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돌렸다. 권 대행은 “문재인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 분열적 정책이 국민을 갈라서게 만들고 민생을 고통받게 만든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전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며 “비과학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국민의 자유와 경제를 앗아갔다”고 혹평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고용의 유연성을 없애고 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전형적인 악법이라며 개편의지를 보였고,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염두에 두고 강성 노조의 불법행위는 엄격히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권 대행은 국회 원구성 지연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곧바로 문재인 정부 비판으로 연설을 채웠다. ‘윤석열’은 4번, ‘문재인’은 16번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워드 ‘윤석열’ ‘문재인’ 언급량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윤석열’ ‘문재인’ 채널 카테고리별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국민의힘은 문재인 외치지만 여론은

그러나 이는 인터넷상 언급량과는 딴판이었다. 물론 전임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현임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언급량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를 보여주는 셈이다. ㈜파비에서 독자적으로 ‘윤석열’과 ‘문재인’에 대한 일주일간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일주일 내내 윤 대통령 언급량이 문 전 대통령 언급량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일자는 7월 15일로, 윤 대통령이 약 117억 건 언급된 반면 문 전 대통령은 24억 건 언급에 그쳤다. 무려 93억 건 차이다. 또한 권 대행이 국회에서 연설을 한 지난 7월 21일에는 윤 대통령이 약 60억 건, 문 대통령이 약 17억 건 언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결코 적은 수치라 할 수 없다.

매체별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언론 매체인 뉴스에서의 언급량보다 온라인 커뮤니티 매체에서의 언급량이 더욱 많았다. 뉴스에서는 윤 대통령의 일주일간 언급량이 약 30억 건이었으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려 700억 건이나 언급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언급량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뉴스에서는 약 25억 건 언급된 것에 비해, 커뮤니티에서는 약 202억 건의 언급량을 기록했다.

문 정부는 깎아내리고, 윤 정부는 띄워주고

이처럼 여론은 문 전 대통령보다 윤 대통령에 더욱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 대행은 문 전 대통령을 수차례 언급하며 비난을 꿋꿋이 이어갔다. 그는 “경제의 기본 구조 그 자체를 무시한 소득주도성장이며, 정치적 이념에 장악당한 최저임금의 급상승은 말 그대로 문재인 정부의 부의 산물이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파국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패 요인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언급 역시 빠지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주거권 자체를 앗아갔다”며 “그 회복에 윤석열 정부는 진력할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깎아내리는 한편, 윤석열 정부를 띄워주는 화술을 취했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미신’이라 평가하며,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믹스’ 정책을 선보일 것이고, 그 첫걸음으로 신한울 3,4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2019년 탈북어민 북송사건을 거론하면서 “탈북 어민이 살인자라는 명확한 증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데, 법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바보같이 믿고 의혹만으로 ‘사실화’시켰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는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 행위”라며 “더불어민주당 측에는 운동권 시절의 낡은 세계관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공감을 해주셔야 한다”고 직격했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선 “교실의 정치화”로 몰아세우며, “시, 도지사와 러닝메이트, 임명제 등 제도 변경에 대해 검토를 시작해 더 건설적인 제도를 꾸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권 대행은 경제정책에서 법인세 과표구간 단순화와 최고세율 22% 인하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설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즉 보수와 진보 대통령을 모두 언급하며 협치를 요구했다. 앞에서는 진보 대통령에 대한 악담을 퍼부어 놓고, 뒤에 한 구절 던지면서 협치를 요구한들 민주당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키워드 ‘문재인’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윤석열’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여론 또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질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70.65%로 긍정 평가 29.35%의 2배를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부정 결과가 68.63%로, 긍정 평가 31.37%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로 확인됐다. 물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부정 평가와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의 차이는 고작 2%에 불과하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점점 나빠지고 있으며 특히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던 2030 남성층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 주된 원인으로는 인사 참사, 여권 내부 갈등, 경제 위기, 전 정권 보복 수사 논란 등이 꼽히고 있다.

반격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에 질세라 문재인 정부 전의 보수 정권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인사 논란을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를 폄하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윤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날이 올 것”이라며 “대통령의 측근 챙기기는 이미 도를 넘은 상태이며 마치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의해 장악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대통령 6촌 친척, 지인 아들 등의 사적 채용 논란과 김건희 여사 민간인 수행을 거론하며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지 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탄핵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 정부 깎아내리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는 법인세를 감세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의 절반은 이익이 나지 않아 법인세를 내지 않고 상위 1%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납부한다”며 “결국 법인세 감세의 혜택은, 한해 수십조 원의 이익이 나는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금리 인상기 예금 대출 마진 폭리로 올해 1분기만 9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4대 금융지주 등에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대기업의 투자 유인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법인세를 낮추더라도 투자로 유인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객관적 통계로 확인됐다”며 “효과는 없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키워드 ‘국민의힘’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더불어민주당’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매번 강조하던 협치는 어디가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직접 실현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렇게 서로 헐뜯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이제 ‘비난 투기장’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콜로세움이 됐다. 이러한 추태를 반복한 탓일까. 실제로 우리나라 정치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이 두 정당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다. 먼저 국민의힘의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67.64%로 긍정 평가 32.36%의 2배를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68.73%로 이번에도 긍정 평가 31.27%의 2배를 상회한다. 두 정당의 부정 평가 비율이 비슷한 것을 보니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협치를 강조한다. 하지만 협치가 제대로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이렇게 항상 서로를 헐뜯기 바쁘다.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협치’는 이제 정치권 싸이클 그 자체가 됐다. ‘과거의 실패를 뒤돌아보고 반성하며 거기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말이 정치권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정치는 국민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정치인은 그 무게를 가슴 깊이 인식하고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 국회가 더 이상 비판에 뒤덮인 콜로세움이 아닌, 건설적인 대화와 토론이 진행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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