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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민국 소득 격차,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 ②

정부 소득주도 성장 정책 비웃듯 소득 양극화, 갈수록 심화 최저임금 인상, 기본소득 등 허울만 좋은 대선 공약 모두 실패 소득 격차 해소, 부익부 빈익빈 확산 막을 근본적인 정책 필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줄자 소득 격차가 더욱 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정부 대책은 단기 지원에만 급급하다. 부익부 빈익빈 확산을 막을 근본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제적 자립 어려운 노동자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

지금까지 정부는 빈곤과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적부조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차례로 개정해왔다. 2003년에는 일할 능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채우면 급부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2015년에는 생활보장제도의 급부 방식을 기존의 ‘패키지 급부(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세대에게 생계급부를 포함한 모든 급부를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에서 ‘개별 급부’로 변경했다.

이어 2018년 10월 주거급부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과 2022년 고령자 세대나 중증 장애인 세대의 생계 급부에 대한 부양의무를 폐지 등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시켰다. 그 결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수는 2013년 132만9천 명(보호율 2.6%)에서 2019년에는 188만1천 명(보호율 3.6%)까지 증가했다. 또한 정부는 세제에 의한 소득지원으로 근로빈곤층의 근로 인센티브를 높임과 동시에 소득을 보충하는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사회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및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목적으로 2008년부터 ‘근로장려세제’를 실시하고 있다. 근로장려세제는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노동자나 사업자 세대에 대해 세대원 수나 연간급여총액 등으로부터 산출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근로장려제도의 급부 체계는 근로소득세금공제(EITC)를 실시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같이 근로소득 수준에 따라 급부액이 체증구간(phase-in range), 정액구간(flat range), 체감구간(phase-out range) 등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2022년 현재 연간 최대 금액은 300만원으로 설정되어 있다.

대선 공약, 빛 좋은 개살구일 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에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6,030원이었던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취지에서다. 공약 달성을 위해 매년 약 16%씩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했던 만큼,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나 인상됐으나, 가파른 인상으로 인해 고용 환경이 악화되자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10.9%로 하방 수정한 바 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7월 16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YTN 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2019년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 최저임금을 2019년보다 2.87% 인상할 것을 확정했다. 이는 2018년과 2019년의 인상률인 16.4%와 10.9%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로,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래 3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었다.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 인상률은 1.5%까지 감소했으나,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2022년 인상률은 5.1%까지 상승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당시 후보는 재분배정책에 있어 기본 시리즈라 불리는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앞서 2020년 6월 한 TV 방송에서도 국민 1인당 매달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기본소득에 대한 반대 여론이 심화하자 공약 내용을 대폭 수정,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임기 중 1년에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권리와 임대료를 지원해 주는 기본주택과 전국민이 최대 1,000만원까지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본대출도 언급했다.

이에 윤석열 당시 후보는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정책을 적용하는 ‘선택적 복지’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본소득과 같은 포퓰리즘에 기인한 정책을 실시하기보다는 세액공제나 공적부조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으로 빈곤과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증세보다 감세, 재정 건전화를 중심으로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사회 통합과 발전을 위해서는 소득 격차 해소가 필수다

정부의 수많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비웃듯 소득 양극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약속했으나, 집권 후 이 정부가 가장 먼저 손을 대고 공을 들인 분야는 법인세, 보유세, 상속증여세를 낮추는 것이었다. 활발한 기업 활동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해 전체적인 소득 증가를 꾀한다는 취지에서다. ‘물이 들어오면 큰 배든 작은 배든 뜬다‘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변수와 급속한 원자재값 상승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그 와중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나 청년 고용 지원책마저 줄어든 탓에 사회적 약자의 삶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을 이유로 전임 정부의 정책을 탓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고려해야 할 부분은 고령자 대책이다. 국민연금 지급개시 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만큼, 실제 퇴직 연령(정년 60세)과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 만큼 고령자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지급개시 연령과 정년을 같은 연령으로 설정함으로써 소득이 감소하는 기간을 없애야 한다.

노동방식의 다양화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비정규직의 증가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정부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통해 비정규직의 증가에 의한 노동시장의 양극화 및 고용의 불안정성을 완화시켜왔다. 근무 기간 2년 초과 시 무기계약직 전환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년 내 고용 계약이 해지되는 등 ‘고용 중지’가 빈번하게 발생함은 물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음에도 처우 개선은커녕 급여 및 복지 면에 있어 정규직과의 격차가 되려 커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는 고스란히 소득 격차의 확대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답은 일자리 창출에 있다. 당정은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최악의 고용 상황 타개를 위해 재정을 확대 투입하는 것 역시 시급하나, 근본 대책은 아니다. 언제까지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부작용을 메울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혁신 성장, 공정 경제에 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외 성공 사례를 참고해 채택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대졸자의 노동 공급과 기업의 노동 수요 간에 발생하는 미스매치도 문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수를 줄이는 대신, 전문대학을 늘려야 한다. 다시 말해 당면한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 정책보다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인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 및 노동 환경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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