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정이행은 초과세수로? 세제 완화에 세수 결손 우려

본문과 무관한 이미지 / 사진 = 유토이미지

윤석열 대통령은 출범 전부터 예고했던 대로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출범 당일에 시행한 부동산 양도세 중과세 한시 배제를 시작으로 보유세나 법인세 등 세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세제 완화 기조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걱정이 있다. 바로 ‘세수 결손’이다.

 

▶ 초과세수로 국정 이행, 세 부담은 완화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첫 추경안을 발표했다. 59조억원의 대규모 추경이었지만 국채 발행은 없었다. ‘적자국채 최소화 원칙’을 기본으로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뿐만 아니라 5년간 약 209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정과제 역시 세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세수 자연 증가분을 활용한다는 말과는 반대로 오히려 세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올려놨던 세금에 대해 모두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를 통해 보유세 부담을 낮추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역시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인세 역시 25%에서 3%p 내린 22%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이번 하반기에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와 함께 상속·증여세 완화에 대한 내용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각종 세금을 인하하는 와중에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법인세다. 대규모 추경과 함께 앞으로의 국정 과제 이행에 초과 세수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안정적인 세수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경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초과 세수(53조3000억원)의 절반 이상이 법인세(29조1000억원)다. 심지어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344조1000억원)의 20.5%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세수 결손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인세뿐만 아니라 현재 부동산 거래 절벽이 지속되고 있어 관련 세수도 예상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부동산, 특히 주택 거래가 크게 줄며 정부 전망치 대비 세입 감소의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서울과 경기도, 인천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 등의 악재로 부동산 시장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 당연히 정부의 관련 세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추경에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것은 세 수입을 예상하고 미리 당겨쓰는 것인데, 시장경제가 불안한 지금 연말에서는 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걱정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전반적인 세수 흐름, 그리고 경제에 미치는 기대효과를 단기적 효과와 중장기적 효과를 전부 아울러서 어떤 세목에 세율조정이 필요한지 찾을 것”이라며 “한참 검토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엇박자 정책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감세를 할 수 있으면 해야 하지만, 국가 재정건정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강제성이 있는 재정 준칙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 세수 추계 오류 논란, 대규모 초과 세수는 어디서 났나? 

이번 정부가 대규모 추경에 사용하는 예산은 어디서 난 것인가를 살펴보면, 세수 추계 오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기획재정부는 누계 세수 실적과 환율, 물가 등 거시경제의 여건 변화와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 유류세 인하 등 정책 지원 효과를 고려해 국세 수입을 396조6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국세 수입은 본예산보다 비해 53조3000억원 더 많게 된다. 추경의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이 세입 초과분이다. 이 초과 세수는 국채 상환(9조원)과 지방재정(23조원)으로 쓰고도 소상공인 지원(21조3000억원)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크다.

문제는, 초과 세수가 단순히 초과분으로만 여겨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보통 1년 전부터 거둬들일 세금을 예상하고 재정을 기획하는 과정을 거치고, 추후 세수가 늘어나면 다시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의 통과를 거친다. 그런데 여기서 53조원이라는 절대 작지 않은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은 세수 추계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지난 2월 1차 추경의 규모는 16조9000원 수준이었는데, 당시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재원을 마련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추경 규모 축소를 주장했다. 그러나 국채 발행은 없었고, 잉여금과 기금 여유자금을 통해 원활한 재원 확보가 가능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 정부가 바뀌고 2차 추경이 진행되자 53조원을 웃도는 대규모 초과 세수에 대해 드러나게 됐고, 이에 세수 추계 자체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3월에 (법인) 실적이 나온다. 4월에 보니 작년에 법인들의 이익이 좋았고, 올해 법인세를 30조원 이상 추가로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소득세와 양도소득세도 작년보다 더 들어오고 있어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졌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2년 연속 세수 추계 오류를 범하며 신뢰도는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총세입 마감’에 따르면, 2020년 예산편성 당시 추계보다 61조3357억원을 더 걷었다. 무려 21.7%에 달하는 오차율이다. 당시에도 기재부의 세수 추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세입 경정이 이뤄진 후에도 큰 규모의 초과 세수가 발생하고, 법인세, 양도세, 상속·증여세 등 특정 세목에 대해 반복적인 추계 오류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세제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도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의 세수 추계 모델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윤 정부의 초과 세수로 정책을 이행한다는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물가 상승이 예상치보다 높아지며 경제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 부담 완화 정책과 맞물려 세수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 정연호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본예산 편성 당시에 비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락하는 등 경제 여건 악화를 사유로 예상되는 세입 결손을 사전에 반영하기 위해 세입 감액을 실시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번 세입 경정 이후 하반기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현실화돼 일부 세목에서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대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행보가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고난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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