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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韓 면세 제도 타고 날아오른 중국 이커머스, 말라가는 국내 영세업자들

'한 곳에서 하루 최대 150달러' 악용 소지 다분한 해외 직구 면세
본토 떠나 한국 침공한 중국 이커머스, 면세 혜택 속 급성장
중국 업체 성장·불법 되팔이에 국내 소상공인들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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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 면세 한도가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면세 혜택을 발판 삼아 국내 시장에 본격 상륙한 가운데, 국내 영세·소상공인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면세 혜택 조정을 통해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허울뿐인 면세 한도가 낳은 폐단

현행 관세법령에 따르면 1인당 해외 직구 면세 한도는 150달러(약 20만원)이다. 150달러 이하 거래의 경우 개인통관 고유부호만 입력하면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관세청은 2022년 11월 17일부터 타 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한 물품, 같은 직구 사이트에서 다른 날에 구매한 물품 등의 경우 국내 입항일이 같아도 합산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시를 시행 중이다.

문제는 국내에 ‘연간 누적 면세 한도’가 없다는 점이다. 같은 날 다수의 중국 직구 사이트에서 150달러 상당의 제품을 구입해도 동일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365일 내내 반복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초저가 상품을 사실상 원가 그대로 매입할 수 있는 환경 속, 중국산 제품을 사입해 판매하던 소상공인들은 생존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상품을 관세 없이 수입, 웃돈을 붙여 국내에 불법 유통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다.

대다수 국내 소상공인은 합법적 영업을 위해 다양한 규제 비용과 세금을 지출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 개인 물품을 구입하는 척 면세 혜택을 받는 ‘불법 유통자’ 등과는 사실상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관세청은 2020년 11월 26일 ‘해외 직구 물품 유통 및 안전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해외 직구 누적 면세 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관련 논의는 사실상 정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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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탈출구’다?

관세청의 면세 혜택이 해외 업체의 국내 유통업계 진입 장벽을 낮춘 가운데,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기회를 틈타 빠르게 덩치를 불려 나가고 있다. 국내 중국발 직구 건수는 2019년 1,161만건에서 지난해 8,882만건으로 8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국 직구 금액 역시 2019년 6,620억원에서 지난해 3조2,870억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초저가 상품 마케팅과 해외 직구 면세 혜택이 결합한 결과다.

이들 기업의 국내 시장 공략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토인 중국이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유통업계는 내수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쪼그라든 수요 대비 생산량이 과도해지며 재고가 누적되고, 남아도는 상품이 헐값으로 판매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상식선을 넘어서는 중국산 ‘초저가 공산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유다.

중국 업체들은 상품 재고를 해결하고, 추가 수익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역시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실험대’ 중 하나라는 의미다. 한국의 통관·관세 면제, KC인증(전기용품안전인증) 의무 면제 등 해외 직구 혜택은 이들 기업의 공세에 힘을 실어줬다.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최근 △무료배송 △일정 기간 내 무조건 환불 △입점·판매 수수료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공세, 어떻게 막나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국 유통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한 가운데, 국내 영세 판매자들은 해외 직구의 면세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면세 혜택 조건을 낮춰 혜택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면세 조건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연간 누적 면세 한도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소비자가 상품을 소액으로 나눠 구매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당 해외 직구 연간 총액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해당 금액 이상을 구입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 역시 결국 시장에 이렇다 할 변화를 불러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상품 전반이 ‘초저가’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 혜택을 반복적으로 이용해 중국산 상품을 매입하는 ‘되팔이’ 업자들은 타격을 입게 되지만, 소액 구매를 원하는 일반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전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한국 유통업계가 초저가 중국 상품에 대항할 ‘기초 체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시점 국내 유통업계는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 효율적인 제조 인프라, 자본력 등에 대항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면세 혜택을 빼고 봐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중국 기업의 ‘침공’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토종 업체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규제를 넘어 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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