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에 7,900억원 금융지원 하는 정부, 문화강국으로 도약

콘텐츠 산업 키운다, K-컬처가 이끄는 국가도약 어딘가 익숙한 정책? 이번에는 유의미한 지원 돼야 잘 키워서 세계 일류 문화매력국가로 도약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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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 모습/사진=국민소통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K-콘텐츠 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7,9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또 올해를 관광대국 원년으로 삼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역사문화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5일 문체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K-컬처가 이끄는 국가도약, 국민 행복’을 비전으로 ▲K-콘텐츠, 수출 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 ▲2023년, 관광대국으로 가는 원년 ▲K-컬처의 차세대 주자, 예술 ▲문화의 힘으로 지역균형발전 ▲공정한 문화 접근 기회 보장 ▲현장 속으로, 다시 뛰는 K-스포츠 등 6개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중점 추진한다.

문체부는 먼저 K-콘텐츠가 수출 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도록 역대 최대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K-콘텐츠펀드(4,100억원)’를 비롯해 7,900억원을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민간투자가 어려운 콘텐츠산업에 투입한다. 특히 ‘한국판 디즈니’와 같은 세계적인 지식재산권(IP) 보유 콘텐츠 기업을 키우기 위한 콘텐츠 IP 펀드를 1,500억원 목표로 조성한다. 또한 신기술 콘텐츠 융복합아카데미 등 현장 교육에 올해 564억원을 책정해 3년간 미래 인재 1만 명을 양성한다. K-콘텐츠 장르별 맞춤 지원으로 경쟁력도 높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특화콘텐츠 제작지원을 454억원으로 확대하고 자막·더빙 등 후반작업 지원에 300억원도 새롭게 추진한다. 3월에는 OTT 사업자 자체등급분류제를 도입하고 7월에는 영화관람료를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한다. 게임산업에는 다년도 제작지원을 최초로 지원하고 대통령 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린다.

온라인 케이팝 공연에 80억원, 음악과 정보통신기술(ICT) 결합에 82억원을 편성해 케이팝 열풍을 이어가도록 돕는다. K-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 분야에는 오는 6월 500억원을 투입해 웹툰융합센터를 설립한다. 콘텐츠와 연관 산업 수출확대 방안도 추진한다. 콘텐츠의 해외 진출 거점을 올해 15곳으로 늘리고, 15억원을 들여 한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수출 전담 조직인 한류지원본부도 신설한다. K-브랜드 홍보관과 K-박람회 등을 통해 콘텐츠와 제조업·서비스업의 동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K-아트를 해외 예술시장 블루칩으로 육성한다. 올해 한예종 영재교육원을 광주에 추가 조성하고, 예술 활동 종합지원 플랫폼인 ‘아트코리아랩’를 오는 6월 준공해 분야별 융복합·다목적 창작·향유 기반 시설도 강화한다.

문체부는 문화의 힘으로 지역균형발전도 선도한다. 이를 위해 올해 대한민국 문화도시 7개소를 지정해 지역별 고유 브랜드를 창출한다. 부산, 광주, 울산, 전남, 경남 등 남부권을 연결해 남도문화예술, 한국형 웰니스관광, 해양 문화 체험이 가능한 ‘K-관광 휴양 벨트’를 조성하고, ‘가고 싶은 K-관광 섬’도 육성한다.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균등한 문화·예술·체육활동을 누릴 수 있는 기반도 조성한다. 장애인도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사립 박물관·미술관에 디지털·무장애 관람환경을 구축하고, 무장애 관광이 가능한 열린 관광지를 조성한다. 공공·문화예술기관 주요 발표 시 수어·점자를 지원해 시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도 확대한다. 3월부터 정부와 공공기관의 장애 예술인 창작물 우선 구매제도를 시행하고, 6월에는 장애 예술인 표준공연장도 개관한다. 어르신들이 창작예술의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할머니(실버 이야기 예술인)’ 사업을 확장해 이야기 경연대회를 통한 스타 발굴 및 전통 이야기 콘텐츠 제작·해외 보급을 지원한다.

또한, 문체부는 올해를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 세계 15개 도시에서 ‘K-관광 로드쇼’를 개최해 해외에 한국관광의 매력을 알린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박물관, 미술관, 통인동·서촌 등 인근 역사·문화·관광자원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역사문화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해 한국관광의 대표 주자로 홍보한다. 또 다국어 지원 등 전자여행허가제(K-ETA) 시스템 개선으로 입국 편의성을 높이고,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최대 2년간 체류가 가능한 ‘K-컬처 연수비자’도 신설한다.

한편, 스포츠 지원체계를 개선하여 ‘운동하는 국민 인센티브 프로젝트’(1인당 최대 5만원 지급), 체육시설 소득공제 추가 도입 추진을 통해 국민 체력 증진과 스포츠산업의 활력을 높일 예정이다. 스포츠 꿈나무 육성을 위해 학교 운동부 창단지원 사업(20개교, 10억원)을 신설하고, 운동권과 학습권의 조화로운 보장을 위해 학생 선수들의 출석 일수 기준 완화도 추진한다.

이날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모든 ‘드리머스’의 도전, 꿈과 함께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구체적 성과를 창출하고, 세계 일류 문화매력국가를 향한 도약에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2023년도 업무계획 6대 중점과제/사진=문화체육관광부

2019년에도 했던 약속?

정부가 이 같은 지원을 약속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에 정부는 이미 콘텐츠산업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던 바 있었지만, 사실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019년에 열렸던 ‘대한민국 콘텐츠, 빛이 되다’ 행사에서 콘텐츠산업 중장기 종합계획인 ‘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 전략’을 발표한 이후, 추가로 필요한 핵심 요소 중심으로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을 마련했다. 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콘텐츠 분야에 연간 1조7,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 운영을 계획했던 바 있다.

2020년부터는 ‘콘텐츠 모험투자펀드’를 신설해 새로운 시도에 과감하게 투자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4,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하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의 ‘콘텐츠 특화 기업보증’도 확대한다고 했다. 2022년까지 투자 4,500억원, 보증 7,400억원 등 콘텐츠산업에 정책금융 총 1조원 이상을 추가로 공급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150조원, 수출액은 134억 달러를 돌파하고 고용은 70만 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한 한류에 따른 직접적인 소비재 수출은 50억 달러로, 한류 관광객은 180만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콘텐츠산업은 창작자의 상상력과 꿈이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산업”이라며 “창작자가 꿈을 실현하고 한국 콘텐츠산업이 도약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가 힘을 합쳐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뛰어난 K-콘텐츠, 하지만 수입은 해외에서 ‘꿀꺽’

정부는 지난 2019년 콘텐츠산업 관련 발표 당시, 한류 인기를 바탕으로 콘텐츠의 수출 핵심 요소를 지원하고 연관 산업 진출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콘텐츠 수출 통합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수출 허브’를 운영하고, 콘텐츠 수출 유망기업 대상으로 역량진단-구매자(바이어) 연결 등 ‘수출지원 종합 묶음(패키지) 프로그램’을 신설해서 적극 지원할 것임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상은 국내 제작사는 그저 콘텐츠 생산제작소에 불과하다.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인 ‘오징어게임’의 저작권 수익을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제작사와 넷플릭스가 계약하게 되면 주로 IP, 판권, 해외 유통권 등이 넷플릭스에 넘어가는 조건으로 이뤄진다. 넷플릭스가 흥행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대신 수익도 전부 가져가는 셈이다. 그 때문에 국내 제작사들은 제작비가 부족하거나 해외 유통망이 없어 넷플릭스에 저작권 수익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이미 검증된 퀄리티의 K-콘텐츠이지만, 단순 생산제작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안타까운 구조다. 정부가 국내 제작사들이 저작권을 지키고 그에 대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하는 시점이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효과 있나?

한편, 문체부는 8일 새 정부 국정과제 ‘지역 중심 문화균형발전’ 선도사업으로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본격적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법정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되는 도시다. 문체부는 ‘문화로 지역혁신-(가칭) 문화도시 2.0’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문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문체부 지역문화정책관을 단장으로 ‘문화도시 2.0 계획 수립을 위한 자문기획단(TF)’을 운영하고 현장 간담회, 정책토론회, 의견 수렴회 등 공개 토론회를 거쳐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문화 관련 기관 관계자와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대한민국 문화도시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추진계획’은 제1단계 문화도시(2018~2022년) 정책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고유성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자치 확대 ▲누구나 누리는 공정한 문화 환경 조성 ▲협력 네트워크로 지역 동반 성장 ▲실질적 성과 창출의 가치를 강조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지정해 제2단계 문화도시(2023~2027년) 사업을 이어 나간다. 권역은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권(인천, 대전, 부산, 대구, 광주) ▲경기권 ▲충청권 ▲강원권 ▲경상권 ▲전라권 ▲제주권 등 7개로 구분하고, 내년에는 권역별로 1곳 내외를 지정할 예정이다. 2024년 이후에는 재정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 지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사실 대한민국 법정문화도시는 이미 2014년에 문체부 주관 정책사업으로, 문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 확산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2019년 지역문화진흥법 제2조와 제15조에 따라 서귀포시, 부천시, 원주시, 청주시, 천안시, 포항시, 부산시 영도구 7개 도시가 제1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과연 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 창조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정책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서 정부가 목표하는 K-콘텐츠 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꼭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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