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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낙태권 보완법’ 3년째 지지부진… 위험 내몰리는 女

전 세계에서 최초로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여성의 낙태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판례가 뒤바뀐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권리 및 건강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던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처벌조항의 효력이 상실하자 임신중절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들은 연이어 재판에서 무죄를 판결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낙태권 입법은 3년 동안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헌재는 2020년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국회에 보냈던 바 있으나, 국회는 2022년이 절반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안을 마련해내지 못했다.

임신중절 수술에 대한 ‘범죄화’가 풀렸음에도, 많은 여성들이 낙태에 대한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료정보 및 서비스를 공적인 의료기관을 통해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약물과 수술의 위험성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수술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3월 만 19~44세 여성 중 최근 5년 내 임신중단을 경험한 사람 6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헌재 결정 이후인 2020~2021년 임신중단 경험자 중 ‘의료비용(수술·약물 모두 포함)이 매우 부담됐다’는 응답이 41.4%에 달했다.

2016~2019년 임신중단 경험자들(30.5~31.3%)보다도 더 높은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헌재는 위헌 결정 당시 “낙태 갈등 상황에 처한 여성은 형벌의 위하로 말미암아 임신의 유지 여부와 관련해 필요한 사회적 소통을 하지 못하고,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낙태를 실행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낙태가 음지에서만 이뤄지는 현실을 지적, 국가 의료체계 내부에서 안전한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늑장 대응’으로, 여성들은 여전히 음지에서 위험한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30일 지난 1년간 시행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나, 낙태권 보완 입법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계, 의료계의 손을 이미 떠나 있다.

지금은 국회가 발빠르게 정책적 대응을 이어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