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정책금융뿐” 신생아 특례대출 끼고 중저가 주택 매수하는 30대

거래 비중 26.1%, 부동산 시장 영향력 키워가는 30대
신생아 특례대출 이용 가능한 중저가 매물로 수요 쏠려
이어지는 고금리·고강도 대출 규제, 악재 속 '활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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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 30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금리·고강도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 자금 지원이 청년층의 주택 매입 수요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30대 주택 매입 비중 증가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30대 매입 비중은 26.1%로 작년 4분기(25.0%) 대비 1.1%p 증가했다. 지난 1월 말부터 본격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 지원이 30대의 주택 매입 수요 회복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 자금·전세자금을 저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전국 아파트 시장의 ‘척도’로 꼽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집값이 비교적 낮은 자치구에서 30대 매입 비중이 폭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30대 실수요자들이 신생아 특례대출을 끼고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눈높이’를 낮춘 결과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등 소득 요건을 갖춰야 하며, 주택가액 9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선택해야 한다.

실제로 30대의 주택 매입 수요가 몰린 지역은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강북이었다. 강북구의 30대의 매입 비중은 작년 4분기 25.9%에서 31.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노원구의 30대의 매입 비중은 30.3%에서 31.9%까지 상승, 작년 1분기(33.1%)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로도 동대문구(29.9%→36.2%), 성북구(30.6%→38.3%) 등에서 30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매 시장에서도 ‘중저가 열풍’

이 같은 30대 수요자들의 중저가 아파트 선호 기조는 경매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gg auction)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월(83.7%) 대비 1.4%p 상승한 85.1%로 집계됐다. 전국 기준 낙찰가율이 85% 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85.9%)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물이 누적되며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이 정체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낙찰가율은 저가 매물 매수 수요에 힘입어 점차 회복되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5.9%, 평균 응찰자는 8.2명 수준이었다. 지지옥션 측은 서울 지역에선 강남권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감정가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많은 응찰자가 몰리며 낙찰가율 85%대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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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비교적 대출 부담이 큰 고가 아파트들이 약세를 보이는 한편, 정책금융을 끼고 구입할 수 있는 중저가 아파트로 청년층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특히 매물 유찰 시 입찰 최저가가 하락하는 경매 시장의 경우, 매물이 유찰을 거듭하며 정책금융의 가격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는 ‘전략적 매수’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척박한 자금 마련 환경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청년층이 부동산 매입을 위해 ‘정책금융’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국내 부동산 시장의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택 구입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가정이 고금리와 고강도 대출 규제에 묶여 있는 데다, 정책금융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좀처럼 매매 시장에 나서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부동산 매매 시장은 청년층에게 있어 ‘황무지’에 가깝다. 한국은행이 9차례 기준금리 동결(3.50%)을 단행하면서 좀처럼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유지하며 자금 마련 통로가 막힌 것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제정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도입된 규제가 침체기에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악조건 속 주택 매수 수요는 빠르게 얼어붙었고, 자금력 및 신용이 아직 부족한 청년층은 시장 외곽으로 줄줄이 밀려나게 됐다. 신생아 특례대출 이용이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들에 청년층의 수요가 눈에 띄게 집중된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여부는 사실상 불투명하고,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하면 고금리 기조 역시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30대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 수요는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중저가 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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