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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60조 펑크는 어쩌나” 총선 앞두고 ‘감세 폭탄’ 쏟아낸 정부

증시부터 부동산까지, 연달아 대규모 감세 정책 꺼내든 정부
"더 걷어도 모자랄 판인데", 지난해 세수 펑크 59조1,000억원
포퓰리즘·부자 감세 비판에 정부 "선별적으로 감세"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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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의 ‘세 부담 완화’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차후 닥칠 세수 감소 리스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6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 정부가 표심을 사기 위해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경제적 왜곡 현상이 크지 않은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하며 본격적인 여론 진화에 나섰다.

“감세, 또 감세” 정부의 완화 정책

올해 들어 정부가 쏟아낸 감세 정책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우선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해 과세 대상을 축소했고, 지난 2일에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본격 폐지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투자로 얻은 차익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수익금의 22~27.5%(지방세 포함)를 과세하는 제도다. 애초 해당 제도는 2023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증시 악화를 이유로 시행 시기가 2025년 1월까지 미뤄졌다.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제도가 폐지 절차를 밟은 셈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대상도 확대했다. ISA는 금융상품 투자 이익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이른바 ‘절세 통장’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ISA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비과세 한도를 기존보다 2.5배로 늘린 연 500만원(서민형 연 1,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세금은 이익의 최대 49.5%(지방소득세 포함)에서 15.4% 수준까지 급감하게 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인 1·10 대책에는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다가구주택·빌라·도시형생활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구매할 경우, 이를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는 감세안이 담겼다. 이 밖에도 정부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전통시장 소득공제 확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 △노후 차량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91개 부담금 전면 재검토 지시 등 시장 전반에 걸친 감세 정책을 다수 발표했다.

총선 앞두고 대규모 감세, ‘포퓰리즘’ 비판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세수 펑크’로 나라 곳간이 휘청이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감세 정책은 상황을 악화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세수는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59조1,000억원이 적다. 올해 역시 관리재정수지가 92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며, 국가채무는 1,196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1%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전재정 기조를 앞세우던 정부의 태도가 총선을 앞두고 돌변하자, 감세 정책은 어디까지나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표심을 사기 위해 급조한 총선용 정책을 쏟아내며 민생과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감세 내용들이 위태로운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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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자와 배당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국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1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0.3%에 불과하다. ISA 가입 대상자 확대는 사실상 0.3%의 국민을 위한 감세 정책이라는 의미다. 금융투자 상품 차익이 연 5,000만원 이상인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역시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서민 생활 및 경제 안정을 위한 감세를 넘어 고소득자 표심을 얻기 위한 ‘부자 감세’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분적으로 고치고 있다” 정부의 반박

이에 정부는 대규모 세수 축소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성태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각각의 세금 중에 경제적 왜곡 현상이 심하고 세수를 크게 감소시키지 않는 세원을 발굴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시장 파급력이 적은 제도를 선별적으로 개선, 불합리한 요소를 없애 고물가·경기 침체로 인한 국민 고통을 덜겠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도 직접 비판 여론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15일 경기도 수원 성균과대학교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 참석해 “(반도체 세액 공제 연장이) 대기업 퍼주기라는 것은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 방침에 못을 박았다. 쏟아지는 정부의 감세 정책이 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모순된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감세 정책을 통해 시장이 지고 있는 부담을 분담하고, 경기 침체기를 함께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세수는 지난해 395조9,000억원에서 올해 341조4,000억원, 내년 367조4,0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시장에 내어줄 수 있는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라 곳간이 점차 말라가는 가운데, 정부의 ‘감세 폭탄’은 어떤 폭풍을 몰고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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