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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한동훈 vs 박범계 공방전

국회 대정부질문서 인사검증관리단, 검찰 인사 문제 놓고 설전 대정부질문 국민 여론, 부정 평가 70.84%, 긍정 평가 29.16% ‘내로남불’ 박범계 의원, ‘전 정권 탓하기’ 한동훈 장관 모두 문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인사검증관리단과 검찰 인사 문제를 놓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박범계 의원, 윤석열 정부 작심 비판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대정부질문이 진행됐다.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선 박범계 의원은 법무부의 인사정부관리단 설치부터 문제 삼았다. 법무부 장관의 업무 범위에 ‘인사’가 없는 점을 들어 “법치 농단”, “외양은 법치이지만 실제는 반(反)법치”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이 현재 대통령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1차 검증 기능을 가지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미 법제처에서 (문제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충분히 법적인 근거가 있고 과거 민정수석실이 위임받아서 검증할 때도 진행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이완규 법제처장에게 검수를 받았느냐”며 “초록은 동색”이라고 말했다. 현 법제처장의 해석이 정치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취소소송 변호인단에 있었고 대선 당시 윤 대통령 가족과 관련한 법적 문제에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 장관은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검증 업무는 모두 위법”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박 의원은 “법무부 장관은 국무위원 18명 중 한 사람에 불과한데, 왜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실 수석들을 검증하느냐”며 “왕 중의 왕, 1인 지배 시대, 그걸 한 장관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박 의원은 “아니면 다냐, 아니라고 하면 다냐”라며 맞받아쳤다. 이에 한 장관은 “아니, 실제가 아닌데 그걸 인정하라고 하시는 건 얘기가 안 되는 것이다”고 강변했다.

박범계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답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박 의원 “검찰총장 패싱 지적” vs 한 장관 “박 의원도 같은 전력 있지 않나”

박 의원이 검찰총장 패싱 인사 논란을 꺼내 들자 두 사람 간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했다. 박 의원은 한 장관에게 “두 달째 (검찰총장이) 공석인데 대검 검사급, 고검 검사급, 평검사 전부 한 장관이 (인사) 해버렸다. 전례가 있냐”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은 “과거 의원님이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을 패싱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으로 안다”고 응수했다. 박 의원의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검찰 인사’ 패싱 논란 속 불거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을 거론한 것이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검찰총장 없이 인사한 전례는 그 이외에도 있다”며 “과거에 지난 정권하에서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이 임명될 당시에 검찰총장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한 장관의 답변에 박 의원은 10초 남짓 침묵하며 한 장관을 쏘아봤다. 이후 박 의원은 질의 도중 한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 언제 임명할 거요?”, “내 충고요”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과녁을 ‘이재명 수사’로 바꿨다. 경찰이 130회 이상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다. 한 장관은 이를 두고 “경찰 수사라 개입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궁을 거듭하는 박 의원에 “저는 의원님처럼 구체적 사항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남발하고 있진 않다”며 박 의원을 자극했다.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전례를 지적한 셈이다.

또한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박 의원의 질의에 “지난 정권 이후로 1년여 넘게 계속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곧 결론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정권부터 굉장히 오랫동안 수사해온 사안이고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결론을 낼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의 ‘윤석열정권 법치농단저지대책단’ 단장을 맡은 것에 대해 “편히 쉴 수 없는 팔자인 것 같다”며 “윤석열 정부가 이리 따져 봐도 저리 따져 봐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민생을 외면하고, 법의 외피를 둘렀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의 기본 정신들, 적법 절차, 인권 보호, 정의, 공정 같은 것들을 무시하는 여러 행정을 보면서 단장을 맡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선 박 의원을 향해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에게 직전 법무부 장관이 질문을 하는 것인데 긴장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조금 미안한 마음은 있다”며 “내가 (법무부에서) 하던 일을 야당 의원으로서 물어본다는 게 좀 겸연쩍은 면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워낙 제가 했던 법무행정을 거의 다 부정하니까 거의 다 단절이 됐다”며 “법무행정이라는 게 아무리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어도 연속성이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다 부정하는 이유가 뭔지 한번 따져 물어봐야 되겠다”고 전했다.

7월 25일 키워드 ‘대정부질문’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대정부질문에서는 한 장관 외에도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의 여러 국무위원이 질의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관과 박 의원의 질의응답이 강렬했던 탓에 국민의 뇌리에는 그것밖에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

㈜파비에서 독자적으로 대정부질문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대정부질문 관련 키워드를 네트워크 그림으로 나타낸 결과, ‘박범계’, ‘한동훈'(하늘색 키워드 그룹)이 가장 밀접한 관계성을 가진 키워드로 등장했다. 한동훈 장관을 제외한 다른 장관의 이름은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검찰총장’, ‘패싱’, ‘전례’, ‘공석’, ‘인사검증’, ‘민정수석실’, ‘경찰’, ‘위법’, ‘임명’ 등 한 장관과 박 의원의 질의응답에서 나온 단어들이 네트워크를 빼곡히 채웠다. 전 법무부 장관과 현 법무부 장관의 공방전이라는 특색을 띠고 있었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7월 25일 키워드 ‘한동훈’ ‘박범계’ ‘대정부질문’ 언급량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7월 25일 키워드 ‘한동훈’ ‘박범계’ ‘대정부질문’ 채널 카테고리별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대정부질문 공방전에 여론 관심 폭증

한 장관과 박 의원의 언급량만으로도 그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정부질문이 있었던 지난 7월 25일 ‘한동훈’과 ‘박범계’의 인터넷상 언급량은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한 장관에 대한 인기가 유난히 뜨거웠다. 한 장관에 대한 언급량은 약 5억7천만 건, 박 의원에 대한 언급량은 약 8,600만 건을 기록했다. 대정부질문에 대한 언급량은 약 28만 건으로 집계됐다.

한 장관에 대한 언급량의 경우 급상승하기 시작한 7월 23일 언급량(약 1억 건)과 비교했을 때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으며, 박 의원에 대한 언급량의 경우 급상승하기 시작한 7월 24일의 언급량(8,520건)과 비교했을 때 무려 10,093배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이러한 언급량은 언론 매체인 뉴스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두드러졌다.

이번 한 장관과 박 의원의 대정부질문 공방전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어떨까. 한 장관과 박 의원의 공방전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70.84%로 긍정 평가 29.16%의 2배 이상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하며 과반을 차지했다. 시간별 긍부정 평가에서는 대정부질문이 종료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6일 오전 12시에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 모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약 1억 6천만 건, 긍정 평가는 약 5,400만 건으로, 약 3배를 상회한다.

여론의 부정 평가, 양측 모두의 책임

이처럼 많은 국민이 이번 한 장관과 박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박한 평가를 내리는 것에는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박 의원의 경우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인사 강행했다고 비판했지만, 이런 박 의원도 자신이 법무부 장관이었을 당시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인사를 강행한 경력이 있다. 애초에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이 이러한 ‘내로남불’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상대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답은 무조건 아니라는 속된 말로 ‘답정너’식 태도나 상대방의 대답을 시종일관 무시하는 듯한 자세는 보기 민망할 지경이다. 이러한 박 의원의 질문 태도를 두고 “마치 외운 것이 기억 속에서 다 날아갈까 봐 상대방의 이야기는 신경 쓰지도 않고 조마조마하면서 자신의 할 말만 하는 무능한 발표자를 보는 듯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한 장관의 경우 답변의 대부분이 “지난 정권에도 똑같았다” 혹은 “박 의원님도 그렇게 하셨다”, “박 의원님처럼은 하지 않겠다”는 식의 소위 ‘전 정권 탓하기’ 화법을 채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장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한동훈 장관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학연 인사’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정부질문은 그야말로 ‘네거티브 공방전’이었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공수 교대가 바뀐 것은 이해한다. 실수에 대한 질책과 반성의 시간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공방전에 정작 중요한 국민을 위한 건설적인 정책은 쏙 빠져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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