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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연체 수수료 ‘철퇴’ 내린 바이든, 국내서도 도입 목소리↑”상생금융 패러다임 카드사에도 적용해야”

카드사에 칼 빼든 바이든 정부, 연체 수수료 인하로 가계 부담 줄인다
고금리 장기화에 단물 먹던 카드사들, "2021년 이후 이자 비용 급증"
바이든 결단에 국내서도 도입 의견, "은행만 잡을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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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과도한 연체 수수료를 걷던 신용카드 회사들을 겨냥해 칼을 빼 들었다. 연체 수수료 인하를 압박함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고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가계 부담을 줄이겠단 것이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일부 수용해 봄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에만 상생금융을 강조할 게 아니라 카드사들에도 일정한 책임을 부여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바이든,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 8달러까지 인하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제6차 경쟁위원회를 개최해 현재 평균 32달러 선인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를 8달러까지 인하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로써 4,500만 명 이상의 미국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연평균 220달러가량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기준으로 총 100억 달러(약 13조원) 이상의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너무 오랫동안 숨어 있던 신용카드 연체료는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줬다”며 “공정하고 경쟁적인 시장을 촉진하기 위해 연체료 인하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지난 7개월간 통신료, 항공료, 호텔 숙박비, 콘서트 티켓, 자동차 렌트비 등에 숨겨진 ‘정크 수수료(junk fee)’ 차단 조치를 내리고 있다. 소비자들에 전가되는 각종 숨겨진 수수료를 샅샅이 찾아 없애겠단 취지인데, 이번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 인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미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은 “카드사들이 거둬들이는 연체 수수료는 2000년대 들어 급증했다”며 “연체료가 카드사들의 손쉬운 수익원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석 결과 신용카드사는 소비자들에 적정 수준의 5배에 달하는 연체 수수료를 부과했다”며 “수수료를 8달러까지 내리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체 수수료 직격에, 주요 수입원 잃은 카드사들

정크 수수료 차단 조치 아래 정부의 먹잇감이 된 카드사들은 극렬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주요 수입원으로 꼽히던 연체 수수료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카드사가 벌어들이는 연체 수수료 수입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속했다. CFPB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미국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이자는 1,050억 달러(약 139조원), 수수료는 250억 달러(약 33조원)에 달했다. 이는 CFPB가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이다. 이에 대해 CFPB는 “미국인들이 신용카드로 더 많은 지출을 하고 대출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서 2021년 중반부터 이자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금리, 고물가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022년 3월부터 11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신용카드 대출금리가 덩달아 최고 수준까지 뛰어오른 영향이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부채 액수도 급증했다. Fe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관련 부채는 전년 대비 1,540억 달러(약 205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이다. 연체율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90일 이상 연체율은 총 1.28%로, 전년 0.94% 대비 0.34%p나 올랐다. 특히 신용카드 부채가 3.69%에서 5.78%로 급증했다. 자금 상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나마 접근성이 높은 신용카드로 수요가 몰린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것이 미국 카드사들이 사실상의 ‘배짱장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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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반응은 ‘우호적’, 국내서도 “벤치마킹해 볼만하다”

다만 정크 수수료 차단 조치를 바라보는 미국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일각에서 “결국 선거를 앞둔 쇼의 일환 아니냐”는 힐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긴 하나, 정책의 목적이 어떻든 정부가 나서 소비자 권익을 증진했다는 데 대해선 긍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은행만 드잡이할 게 아니라 카드사들에도 상생금융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만큼, 정책 일부를 수용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빚 돌려막기가 급증하는 양상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당해 9월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3,709억원으로 전년(9,498억원) 대비 44.33%나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차주들이 만기 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때 신용평가를 받아 다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제때 빚을 갚지 못해 ‘빚 돌려막기’를 하는 저신용자가 대폭 늘었단 의미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차주들이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도 부쩍 늘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겸영하는 일반은행(카드사업 분사된 은행 제외)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8월 기준 2.9%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0%) 대비 0.9%p 상승한 수치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연체액도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1월 발표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국내 8개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신용카드 연체 총액은 2조516억원이었다. 2022년 3분기(1조3,3398억원) 대비 53.1% 폭증한 것으로, 이는 국내에 8개 카드사 체제가 형성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신용카드 연체율 악화에 따라 가계의 상환 여력 부실이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한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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