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스쿨 입시 과열될수록 능력 부족한 법조인 는다

법무부 장관, 맞춤형 스펙 없이도 법률가 될 방안 필요성 인식 쉬운 전공과목 선호하는 로스쿨 지망생들 출신 학교보단 업무 성과 중심으로 법조인 채용 이루어져야

사진=본사DB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현행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현실에서 제2의 사법시험처럼 운영되고 있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보다는, 나이가 어린 법조 지망생들이 대학 졸업 이후 바로 진학하는 하나의 입시제도로 기능하고 있어서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대로 떨어지면서 ‘고시 낭인’을 줄이겠다는 본래의 취지도 살리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야간 로스쿨’, ‘방송통신대 로스쿨’, ‘예비시험 실시’ 등의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24일 현행 로스쿨 제도를 두고 “공고한 성이 됐고 변호사 숫자도 결부돼 레고 조각 중 하나처럼 됐다”며 “스펙을 맞춤형으로 어릴 때부터 만들어온 사람이 아니라도 법률가가 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성에 강하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확인 결과 최근 5년간 23~25세 합격자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올해 기준 28세 이하 입학생이 무려 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 변리사 등 전문분야 종사자·자격증 보유자는 3%에 불과했다. 사실상 나이가 30대이거나 소위 ‘맞춤형 스펙’을 갖추지 못하면 로스쿨에 들어갈 수 없는 셈이다.

전문성 떨어지는 법조인들만 양성하는 현재의 로스쿨 제도

로스쿨 제도가 목표로 했던 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이 배출되지 않는 문제는 사정을 조금 깊게 살펴보면 더 심각하다. 현재 로스쿨 입시는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와 학부 과정에서의 평균평점(GPA)가 중요하다. 많은 대학생이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어려운 전공과목들을 잘 수강하지 않고, 학점을 받기 쉬운 과목 위주로 수강한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이러한 ‘학점 체리피킹’ 행위에 대해 감점 요소라며 수험생들에게 경고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로스쿨 지망들은 “묵시적인 불이익이 있을지 몰라도, 당장 점수가 명확히 드러나기에 학점 자체를 잘 받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로스쿨 지망생들의 전공 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학부 고학년이 돼서도 크게 성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본 로스쿨 학위 과정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공계 학위를 보유한 변호사가 다수 배출되긴 했지만, 변호사시험 합격 커트라인 점수가 극도로 높아지면서 더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일례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 1만 6,000여 명 중 선택과목으로 ‘지식재산권법’을 선택한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특허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사법시험 실시 시절과 비교했을 때 많이 증가하지 않은 셈이다.

나이가 어릴 때부터 로스쿨 입시를 목표로 철저히 학점 관리와 대비 해온 젊은 나이의 진성 법조계 지망생만 로스쿨에 사실상 입학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로스쿨 제도의 가장 큰 문제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야간 로스쿨 ▲방송통신대 로스쿨 ▲예비시험 제도 도입 등이 제시된다. 제도 변화 이전에 각급 학교에서 지원자들의 학점을 평가할 때 교양이나 저학년 전공과목들보다는 고학년 전공과목을 많이 수강했으며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 일종의 가산점을 주는 방식의 평가가 전면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면 학생들이 쉬운 과목만 찾아 들으면서 쉽게 학점을 취득해 전공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태로 졸업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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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입시 과열 현상은 법조계 특유의 엘리트 순혈주의 때문

‘야간 로스쿨’보다는 ‘방송통신대 온라인 로스쿨’이 조금 더 적합한 대안일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과거 “장관이 된다면 변협,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법원행정처 등 각계 의견 수렴해 잘 살펴보겠다”며 “사회적‧경제적 약자, 직장인 등에게도 법조인 될 수 있는 기회 부여하고자 하는 취지엔 공감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기존 로스쿨 입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 학부학점이나 법학적성시험 성적보다는 사회에서 쌓은 전문성이나 사회경력에 큰 가산점을 주는 식이다.

예비시험 도입도 나쁘지 않다. 로스쿨 졸업 없이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예비시험’이라는 투트랙 제도는 경제적 형편이 안되거나 법학 학습이 돼 있는 이들에겐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일본에서 예비시험이 사실상 최고의 엘리트 코스로 자리 잡은 만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만든 제도가 실제 운용상에서 그렇게 굴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사실 로스쿨 입시가 과열되어 특정 스펙과 연령 조건을 맞추지 못한 학생들이 입시에서 전면 배제돼버리는 현상은 대한민국의 법조계 현실에서 기인한다. 로스쿨 학벌과 학부 학벌에 따라 입사할 수 있는 로펌의 수준이나 임용될 수 있는 공직의 한계가 사실상 법학 공부 이전에 결정돼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위 ‘SKY’ 로스쿨을 졸업하지 못한 나머지 학생들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같은 회사에 입사할 확률은 사실상 거의 없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좋은 로스쿨에 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특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원자들은 애초부터 명문대 로스쿨 입시 혹은 전체 로스쿨 입시에서 배제돼 버리는 것이다. 입학 성적과 학교 간판으로 향후의 법조인으로서의 위상과 인생이 달라지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좀 더 업무 성과 중심의 채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로스쿨 입시지옥은 어떻게 제도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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