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반지성주의] 이준석이 대선 1등 공신? 여론조사 문항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

대선 기여도 1위 이준석? 여론조사의 맹점 없었나 조사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학적인 문항 설계 과정 샤플리 가치 고려해 평가 조정해야 정확한 공헌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선 공헌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승리 1등 공신으로 이 전 대표를 꼽은 여론조사가 나오자, 이 전 대표가 바로 그것을 인용하여 자신을 ‘대선승리 일등공신 내부총질러 이준석’이라 표현하며 SNS상에서 설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일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역선택’이라며 이 전 대표를 깎아내렸다. 한편 여론조사 관련 전문가들은 해당 여론조사의 문항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권자들, “윤석열 대선 승리 1등 공신은 이준석”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만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4.8%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인물로 이준석 전 대표를 꼽았다. 윤 대통령을 선택한 비중은 24.1%이며, 단일화의 주인공인 안철수 의원을 지목한 응답자는 11.9%였다.

연령대로 보면 6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가 압도적으로 이 전 대표를 1등 공신이라 응답했으며, 지역적으로는 부산·경남지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밀려 2위를 한 것만 제외하고 전 지역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심지어 TK에서도 이 전 대표를 1등 공신으로 꼽았다. 이념적으로도 보수층에서만 윤 대통령을 골랐을 뿐, 중도와 진보층에선 윤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물이 이 전 대표라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16일 오전에 무려 3개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업로드하면서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집중 언급하는 중이다. 이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열렬한 응원을 받는 전직 국민의힘 대표”라며 “당원들과 지지층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고 민주당 지지층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게 자랑이냐”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이어 “여론조사 자격증이 없어도 조금만 살펴보면 민망한 결과”라며 “국힘 지지층에서 이 전 대표의 공은 17.5%만 인정한 데 비해, 민주당 지지층의 50.7%가 이 전 대표라고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며, 이는 역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장예찬 페이스북

이준석 공헌도 논쟁, 여론조사 문항 설계 자체에 문제 있어 

이 전 대표와 장 이사장 간의 논쟁은 얼핏 보면 합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비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치적인 공방을 이어간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대선 승리의 공헌도에 대해서 정치적 전문성이 없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질문을 하고 그 답변을 정치적 판단이나 공격의 준거로 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이 전 대표는 “평가는 국민이 한다”는 안철수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 그룹을 공격하고 있는데, 대선 공헌도에 대한 계량은 국민의 여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객관적 지표를 뽑아내서 수리적인 증명방법을 이용해 심층 연구를 해도 쉽게 결론 내기 어려운 사안에 해당한다.

실제로 해당 여론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과학적 설계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려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한 집권여당의 전직 대표가 그렇게 비과학적인 설문조사를 정치적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사실 지지자들과 다른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행위에 가깝다. 물론 이는 장 이사장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통계학 전문가들은 해당 여론조사 문항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디어토마토는 ‘윤석열, 이준석, 윤핵관, 안철수, 문재인, 이재명’ 이 6개의 키워드를 놓고,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이는 1개의 선택지를 국민들에게 고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중 1개를 고르는 인기투표가 필요한 문항이 아니라, 각각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개인 및 그룹이 몇 퍼센트의 기여를 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 빠져있다. 또한 각 키워드의 단독 효과뿐만 아니라 둘 이상의 개인 및 그룹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효과를 단순한 인기투표 결과만을 가지고 합리적인 해석을 할 수 있냐는 의문도 남는다.

Shapley value 계산 예시/출처=Shap

샤플리 가치 통해 평가 조정하는 과정 없는 정쟁, 매우 비과학적이다

여러 통계학 전문가들은 결합의 상승효과(시너지, Synergy)와 부작용(반시너지, Dys-synergy)을 계산하려면 ‘샤플리 가치(Shapley value)’라는 개념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샤플리 가치 계산법 중 하나인 샤플리 회귀분석법을 활용할 경우, 기존의 1개 변수 단독 효과 분석과는 완전히 다른 배분이 가능하다. 이를 게임이론으로 증명해낸 업적으로 S.샤플리 교수는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위의 샤플리 가치 예시는 특정 변수를 단독 효과 집계대비 샤플리 가치로 재평가할 경우 얼마 만큼의 평가 조정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MedInc 변수는 단독 효과 대비 +0.92, Latitude는 +0.53, Longtitude는 -0.52만큼 조정이 된다. 즉 단독 효과만 놓고 봤을 때는 상승효과 및 부작용을 확인하지 못하는 만큼 위의 이준석 대표가 인용한 단순 문항 설문조사는 실제 효과를 호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통계학 베이스에 대한 지적 한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준석 대표나 장예찬 이사장 모두 다소 문제가 많아 보이는 여론조사 문항을 가지고 유권자들을 상대로 정치적 논쟁거리를 파생하고 있다. 이는 매우 비과학적인 태도일 뿐만 아니라 자칫 여론의 왜곡된 반영, 여론 호도가 될 수도 있다. 그간 한국 정치는 사람의 감에 의존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서로 선동하며 정쟁을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과학적인 방법론을 활용해 오류와 편견을 줄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논쟁을 펼쳐나갈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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