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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은 범죄자 배척인가, 한민족 배척인가

통일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 10장 공개 대통령실,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 범죄 있었는지 주목 어민들 귀순의사 밝혔음에도 무시하고 북송한 文 정부

지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두 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하는 모습/사진=통일부

지난 2019년 당시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북한 어선에서 선장의 가혹행위로 불만을 품은 남성 선원 3명이 배에 탄 선장을 포함한 16명의 동료들을 죽이고 배를 몰아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했으며, 이들 중 2명이 11월 2일에 대한민국 해군에 나포됐다. 

당시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은 20대 초반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로서, 특수훈련을 받은 흔적은 없지만 1명은 평소 정권 수련으로 신체 단련을 했고, 다른 1명은 절도죄로 교양소 수감된 전력이 확인됐다. 둘을 포함해 공범 3명은 기관장ㆍ갑판장 등으로 선원 생활 유경험자였다. 반면 살해된 선원들은 대부분 정식 선원이 아닌, 선상 경험이 없는 일반 노동자들이었다.

강제 북송 의혹에 문 정부 “해당 우려는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합동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8월 중순 북한 함경북도 김책항을 출항해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잡이에 나섰다. 그러던 중 선장의 가혹 행위에 불만을 품은 공범 3명은 우선 선장을 살해하고, 범행 은폐를 위해 동료 선원 15명도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들은 자강도로 도망가기 위해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했다가 공범 1명이 북한 당국에 체포되는 것을 보고 다시 해상으로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남하 과정에서 북한 경비정의 추격을 받았고, NLL을 넘은 뒤 대한민국 해군과 조우하고도 이틀가량 시간을 끌었다. 이후 해군 특전요원에 의해 제압된 이들은 그제서야 귀순 의사를 밝혔다. 범죄 사실도 우리 정부의 합동조사 과정에서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월 7일 이상민 당시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오늘 오후 3시 10분쯤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1월 8일 20대 북한 선원 2명을 추방한 것과 관련해 “일반 탈북민은 이번 사안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강제북송’ 우려는 대단히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했다.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일부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강제북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흉악범죄를 저지른 중대 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통일부는 16명의 동료를 살해하고 남측으로 도주했다는 북한 선원 2명의 북송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직권으로 결정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청와대 안보실과 관계 부처가 긴밀히 협의·소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키워드 ‘북송사건’ 언급량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북송사건’ 매체별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탈북 어민 강제 북송사건, 3년이 지나서야 화제에 오른 이유

최근 탈북 어민 북송사건을 두고 여야 간 격렬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민들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파비에서 독자적으로 탈북 어민 북송사건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지난 7월 12일을 기점으로 언급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7월 12일에 통일부에서 북송 사진을 공개한 것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증가 추세라 할 수 있다. 7월 14일에는 언급량이 16억 건으로 집계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한 기점인 7월 12일 언급량 약 6,300만 건과 비교했을 때 26배 이상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해당 언급량은 언론 매체인 뉴스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매체에 기인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뉴스에서의 언급량이 약 6억 건인 반면,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은 약 45억 건으로 8배를 상회한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여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왜 3년이나 지난 이 사건이 이제 와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의혹으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충분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탈북 어민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는 의혹이다. 형사소송법 제301조에 따르면 자백 증언으로만 증거를 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설령 살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외 다른 인물들의 증언이나 증거를 수집해야만 한다. 둘째, 범죄자라는 전제하에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를 무시한 채 강제 북송한 점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사건이 있었던 당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만큼, 이 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대하기 위해 탈북 어민들을 제물로 바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키워드 ‘북송사건’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북송사건’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대통령실, 북송사건 관련 국정원장 2명 검찰 고발

이러한 여러 의혹 탓에 우리 국민도 강제 북송사건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송사건에 대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한 결과, 부정 평가가 74.96%로 긍정 평가 25.04%의 약 3배를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기간별 긍부정 평가를 보면, 7월 12일 이후로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 사이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의혹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국민이 통일부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날짜는 7월 14일로, 부정 평가가 253억 건, 긍정 평가가 약 57억 건이었다. 무려 195억 건 차이다.

비난 여론의 의식한 대통령실은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 범죄가 있었는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의도적 왜곡을 시도했다면 중대한 범죄고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정원이 두 전 원장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공공수사3부에 배당했다.

지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두 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하는 모습/사진=통일부

文 정부, 어민들 귀순 의사에 진정성 없다더니

이렇게 일달락되는 듯했던 북송사건은 최근 탈북 어민들의 자필 귀순 의향서가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전개를 맞이했다. 2019년 11월 강제 북송된 북한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자필 문건으로 남겼다고 통일부가 밝힌 것이다. 당시 문 정부는 이들이 자필 귀순의향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북측에 넘겨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귀순의향서 제출에 대해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했다. 즉 통일부 장관에게까지 북한 어민의 ‘진짜 귀순 의사’를 은폐한 상태에서 강제 북송이 이뤄진 것이다.

한편 통일부가 공개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은 어민 2명이 판문점에 도착해서 북한군에 넘겨질 때까지의 과정을 연속 촬영한 것이다. 한 어민은 얼굴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벽에 머리를 찧는 등 북송에 격렬히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딴판이다.

지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두 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하는 모습/사진=통일부

강제 북송된 어민 2명, 결국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탈북 어민 2명이 포승줄에 묶이고 두 눈이 안대에 가려진 채 판문점에 도착한 모습이나, 검은색 옷차림의 어민이 군사분계선(MDL)과 북한군을 발견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괴로워하는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어민은 비명을 지르며 자해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벽에 머리를 찧은 어민이 선혈로 뒤덮인 얼굴로 맨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찍힌 사진도 공개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고통스럽게 처형될 것이라는 공포감에 극단적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의혹들이 모두 진실로 드러난다면 국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제창하고 있는 여러 국가들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이어 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북한과 ‘내통’했다는 의혹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자’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강제로 보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설명은 인권파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동안의 업적을 의심하게 하는 실언이다. 전문가들은 “속지주의에 의거해 일단 탈북을 한 이상 우리나라 국민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만약 범죄자라면 우리나라 법체계에 맞게 절차를 밟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사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무조건 북한으로 송환시키는 것은 우리나라 법체계를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애초부터 범죄 자체가 있었는지에 대해 크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증언이 최근에 나왔다. 김은한 당시 통일부 부대변인은 2019년 11월 8일 정례브리핑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들을 강제 북송시킨 이유와 관련해 “혈흔 같은 것인데, 어느 정도 배 안에서 그러한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보다 하루 전인 11월 7일에도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고 온 배에 여러 가지 흔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검역관 얘기는 달랐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부에 ‘2019.11.2.북한어선 검역 및 소독 당시 파견됐던 검역관들이 소독, 검역 대상에서 혈흔을 목격한 바 있는지 사실 여부 확인’을 요구했으나 농림부가 보내온 답변은 ‘확인 사실 없음’이었다. 그러면서 그 문장 뒤에 ‘당시 출장자였던 동물검역관 3명 중 퇴사한 2명 외 1명에게 확인’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이뿐만 아니라 농림부는 ‘북한어선 검역 및 소독 당시, 파견됐던 검역관들이 검역 대상에서 칼, 도끼, 마체테 등 날붙이가 있는 흉기를 목격한 바 있는지 사실 여부’에 대한 물음에도 ‘목격한 바 없음’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범죄 사실조차 밝혀지지 않은 무고한 탈북 어민을 귀순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북송시켰다는 이야기가 된다. 북한에 의하면, 결국 해당 탈북 어민들은 50일간 잔혹한 고문을 받다가 실내에서 참수형으로 처형됐다고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사형 제도가 폐지된 우리나라 법체계를 무시하고 이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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