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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업과 중앙정부 정책의 방향성 (下)

R&D 투자 

연구개발(R&D)를 주도해, 그 결과가 널리 활용되도록 하는 것도 나라의 주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그 결과를 활용한 경쟁력 향상에 노력하는 것으로, 자연과 고용창출, 소득증진 등의 효과를 도출해낸다. 기업이 충분한 경쟁력과 자본을 확보하면, 정부를 대신해 기업이 R&D를 주도하는 호순환이 발생한다. 한국 조선업이 그 대표 예라 할 수 있다.

R&D 투자와 정부

1969년, 한국의 R&D 투자액은 정부계 연구기관이나 대학, 기업을 합쳐 9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78조 7,892억원으로 40년 전과 비교해 약 8,122배 증가했다. 재원구성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1969년의 경우, 정부계 연구기관 : 대학 : 기업의 비율이 61 : 3: 35로, 공공부문의 주도가 명백했지만, 2017년에는 기업이 압도적인 비율로 그 축을 이뤘다. 정부계 연구기관과 대학을 정부 공공부문으로 분류한 뒤, 그 부문과 기업을 비교해보면, 1980년대 후반부터 정부 공공부문의 우위가 역전됐다. 그 후, 정부공공부문이 전체의 25%, 그리고 기업이 75%를 점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조선업과 R&D

현재, 입수할 수 있는 조선업에 있어서의 R&D 투자에 관한 데이터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데이터였다. 조선업에 있어서의 R&D 투자액은 2017, 2018년 둘 다 약 2,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의 R&D투자 전액에 점하는 조선업의 비율에 대해 가장 큰 특징이 나타났던 것은 2017년과 2018년이다. 그 특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한국경제에 점하는 조선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 비율이 너무나도 낮았다는 것이다. 2009년, 제조업의 R&D 투자액은 약 2,000억원으로, 투자전액(78조 7,892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두 번째로 한국의 R&D투자 전액은 증가경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조선업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R&D투자 전액을 보면, 2017년에 78조 7,892억원으로 2016년 69조 4,055억원에 비해 0.32% 증가를 보여주었지만, 조선업은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 재원구성으로 보면, 정부재원은 조금 증가하긴 했지만, 공공, 민간, 해외재원은 전부 감소했다. 세 번째로, 민간재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조선업에 있어서의 R&D 투자에 있어서 민간의 역할이 비대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의 큰 축을 맡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연초 수주 랠리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과의 합병무산이라는 불확실성 후폭풍을 만나 고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기 수주 부진에 따른 재무 부담에 기업결합 무산에 1조 5,000억원 안팎의 자금 수혈 부분이 안갯속으로 사라진 영향이다. 특히, 이 자금은 글로벌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선박 관련 R&D에 쓰여야 할 미래 필수재이지만, 현실적 대안 찾기가 녹록지 않은 것이 대우조선해양의 현실이다.

또한 국내 조선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비와 인력이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분야 특허 출원 건수 역시 크게 감소하면서 중국의 맹추격에 위협받는 상황이다. 글로벌 조선사들이 자율운행 선박 개발 등 기술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효과 

조선업에 있어서의 R&D 투자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작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009년, 조선업에 있어서 정부부문의 R&D 투자액은 271억원으로, 정부에 의한 전액투자(10조 5,253억원)의 약 0.2%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의 축소화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2009년 이후로 정부의 역할은 점점 축소화 됐다. 주로, 조선업 R&D를 담당하는 회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으로 키를 쥐고 있다. 271억원도 적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조선업에 있어서의 R&D투자에 있어서 그 주도권이 민간기업으로 옮겨 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동법 개정

조선업은 방대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조선 메이커는 노동에 관련된 법률의 성립, 개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한국노동시장은 1997년을 계기로 크게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까지의 ‘노동기준법’이 폐지되고, 그것을 대신할 신법이 성립됐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변화가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쳤는데, 조선업의 특성상, 타 산업과 비교해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노동유연성의 확대 

1997년 이후 한국노동시장을 설명할 때, ‘노동유연성’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1997년, IMF의 관리하에 놓여있던 것으로,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성과 다양성을 겸해 대비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노동유연화’는 크게 5가지 사고방식이 있다. 첫 번째로, 외적수량적 유연성으로 해고가 용이해지도록 하는 법, 제도를 개정해, 종신고용에 대신해 기간제고용을 도입해, 비정규직의 여러 형태가 확대된 예가 있다. 두 번째로, 내적수량적 유연성으로 고용주가 노동자 수를 조정하지 않아도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예가 있어, 구체적으로 변형노동시간제, 교대제 노동, 탄력근무제 등이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펼친 주52시간제로 인해 어느 정도 여기에 대해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사실이다. 세 번째로, 외부화로 작업을 외주해, 노동파견의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해, 소사장제라는 내부하청에 의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예 등이 있다. 1998년 2월에 성립된 ‘파견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그 법적근거가 되고 있다. 네 번째로 기능적 유연성으로 다기능화, 배치전환, 사업소간 노동이동에 의해 생산과정의 변화에의 노동자의 대응을 높이는 예가 있다. 다섯 번째로, 임금유연성으로 종래, 연공서열이나 단체협약 등에 의해 정해진 경직적임금제가 개인이나 팀으로서의 능력과 성공에 연동된 유연적임금제로 전환되는 예가 있다.

위와 같이, 한국노동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외부화이다. 파견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으로, 기업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발생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노동재해보험 등 4대보험이나 임금, 해고에 관련된 책임을 회피하면서 종래와 같은 수준의 생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시간은 바뀌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종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그 도입은 1996년 12월 26일,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한국사회에의 도입이 급속히 진행됐다.

조선업과 노동유연화 

한국사회에 있어 단기간에 구축된 유연성 높은 노동기반은 조선업계에도 급속히 침투했다. 그 대표예가 사내 하청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대부분의 조선 메이커에서 사내 하청에 의한 고용증가가 기업에 의한 직접고용을 압도했다. 2000년과 2009년을 비교해보면, 현대중공업에 의한 직접고용 노동자는 9,631명에서 8,823명으로 8.3% 줄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는 3,982명에서 11,612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물론, 최근의 추이를 보면, 조선업계의 불황도 있어, 정규직, 하청 노동자 수 모두 줄고 있다. 2017년에는 정규직 수가 하청 노동자수를 역전하는 현상까지 나오게 되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직접고용 노동자는 3,445명에서 5,378명으로 56.1% 증가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는 3,583명에서 11,298명으로 같이 약 3배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직접고용 노동자는 6,119명에서 6,914명으로 12.9% 증가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는 3,863명에서 10,300명으로 약 2.6배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두 회사 모두 현대중공업과 같이, 불황에 영향을 입어, 정규직과 하청 직원이 모두 줄고 있는 상황이다. 2002년 1월에 발족해, 발족 당시부터 노동유연화에 의한 혜택을 받아온 STX조선해양의 경우, 직접고용 노동자는 781명에서 1,041명으로 약 33.2% 증가했지만, 그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는 1,635명에서 6,085명으로 약 3.7배 증가했다.

두 번째로, 조선업에서는 타 산업과 비교해 사내하청에 의한 고용노동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9월부터 2개월간에 걸쳐 자동차, 선박, 철강, 전자, 그리고 IT 등 5업종에 있어서 사업소 29개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표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해당 기업의 직접고용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를 각각 A, B로 한 경우, B/A의 비율을 기반으로 보면, 전자분야의 ‘노키아 TMC’가 284.5로 가장 높았고, 이어, STX조선이 141.1, 삼성중공업 134.2 순이였다. 100.0은 해당사업소의 직접고용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5:5인 것을 가리키며, 이러한 기업들은 사내하청 노동자 수가 직접고용 노동자를 상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별로 보면, 조선이 62.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철강이 39.2, IT 33.0, 자동차 18.0, 전자 12.8 순이였다.

출처 = ‘사내하청 실태에 관한 조사결과’, 고용노동부

효과 

조선업에서의 대규모적인 하청고용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대기업 조선 메이커는 그 대부분이 다수의 하청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고, 그 차이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최근에는, 하청노동자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또한 그 동안에 기업규모, 시장상황 등 큰 질적, 양적인 환경변화가 있어, 정확히 비교하는 것이 한 층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산업전반에 걸쳐 비교, 추정하는 것에 의해, 조선 메이커가 그 고용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온 배경, 이유를 추측하기로 했다.

다음 표는 고용노동부가 2004년부터 2008년에 걸쳐 사내하청을 운용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그 경영성과를 비교한 것이다. 금융위기가 세계를 덮친 2008년을 제외하면, 사내하청을 도입하고 있는 기업의 매상액 영업이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한명당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내하청 도입 기업 쪽이 높았다.

높은 경영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한 이유로, 노동 코스트의 삭감을 들 수 있다. 2006년,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한 다음 표는 사내하청을 도입하고 있는 자동차, 기계금속 메이커에 있어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접고용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평균 연간 급여를 비교한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자동차 메이커와 기계금속 메이커에서 각각 직접고용 노동자의 51.7%, 49.0%에 불과했다. 물론 각 업계에 있어서 양 메이커가 같은 숙련도로 같은 일을 하는지는 불명료하다. 하지만,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이 그 대상이 됐기 때문에, 사내하청에 의한 노동자 고용이 인건비 삭감 또는 인상 억제에 효과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출처 = ‘사내하청과 한국의 고용구조’, 한국노동연구원

조선 메이커는 유연성이 높았던 노동시장을 유효하게 활용했던 것으로, 인건비 삭감이나 경영성과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었다. 특히, 사내하청 고용 노동자의 도입증가로,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의한 효과는 조선업에 집중된 것은 아니지만, 조선업에서 가장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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