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불법행위에 특단 조치, 이번에는 불법 근절 기대해도 될까?

정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안 발표, 이제는 안 봐준다 공사 지연 막으려 지급했던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전체 피해 60% 이상 건설근로자 위해 임금체불문제 원천봉쇄할 것, 원도급사 CEO에 협조 요청

지난 21일 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 개혁 관련 강경 대응에 따라 건설현장의 불법, 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미 작년 9월부터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서울시나 경기도청 등 지자체, 경찰 인력이 앞장서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각종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현장에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불법행위가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만큼 이번에 정부에서 강경책을 사용해 완전히 불법행위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토부는 특별히 공사 지연을 우려해 타워크레인 기사 등에게 웃돈을 주는 이른바 ‘월례비’ 관행을 건설현장의 대표적인 불법행위로 지목했으며 이 밖에 노조의 인사 방해, 채용 강요 등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례로 자리 잡은 건설현장 불법, 정부 강경대응한다

건설현장 불법 행위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오랜 관행에 따른 업계 상식이 됐다. 국토부가 지난해 말부터 조사했던 불법행위는 ▲타워크레인 기사에 월례비 지급 ▲협박에 의한 노조전임비 수취 ▲채용 강요 ▲월례비 미지급으로 인한 의도적 태업 ▲기계 장비로 공사 현장 무단 점거 ▲부당금품 수수 등으로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조사 결과 언급된 불법행위 중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례비를 지급하는 문제가 전체의 60%를 차지하며 가장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만일 월례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건물 뼈대를 세우는 타워크레인이 멈춰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 주면 공사비가 늘어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월례비를 줄 수밖에 없다”며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관행이 되다 보니 다른 부분으로도 월례비가 확산하는 일까지 빈번해졌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국토부는 이런 불법행위의 이면에는 건설노조가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해 채용 강요와 불법 점거, 공사 방해, 태업, 노조전임비, 타워크레인 월례비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당장 3월부터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요구하는 기사에게는 최대 1년까지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고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월례비를 주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태업(소위 준법투쟁)에는 관련 안전 규정이 산업 재해의 예방이라는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정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히 국가기술자격법상의 성실·품위유지 의무 규정을 적용해 부당금품을 수수하는 등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건설기계 조종사의 면허를 정지하는 방안도 시행될 예정이다.

또 노조전임비 강요, 채용 강요, 월례비 수수 등에 대해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하고 기계 장비로 현장을 점거하면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아울러 위법한 쟁의 행위에는 노동조합법을 적용해 최대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즉시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단순 반복 신고나 경미한 규제 위반은 유선지도 등을 통해 자발적 시정을 유도할 것이며 불법행위 최초 신고자에게는 신고포상금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제재 확대, 맞춤형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과 같이 제도적인 보완 조치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국토부

임금체불되는 건설노동자·노조에 시달리는 하도급 위한 대책

국토부는 건설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만연한 불법하도급에 관한 대응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건설지원센터에 접수된 신고에 대한 신고 포상금제 실시로 신고를 독려하고 불법하도급 의심 현장(건설산업정보원 조기경보 알람 건 등)에 대한 상시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불법하도급 조기경보 알람 시스템상의 선별 기준·요건 등을 개선하고 적발률과 행정처분율을 제고하는 등 단속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공사대금 연체 문제 해결에도 나선다. 조달청의 대금 지급 시스템을 개선해 지급기일 내 노무비 등 지연 지급 시 지급기일의 도래 이전에 대금 지급 담당자에게 자동 통보해 기한 내에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또한 전자카드제와 대금 지급시스템의 연계를 확대한다. 화장실이나 휴게실 등 건설현장의 빈약한 편의시설 확충도 조속히 처리할 예정으로, 화장실의 경우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근로자 수(남성 근로자 30명당 1개·여성 근로자 20명당 1개 이상)를 바탕으로 한 설치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LH 발주 현장에서 시행 중인 건설근로자 편의시설 개선방안(냉·난방 휴게실 설치, 복지시설 운영비를 공사대금에 반영 등)을 국토부 산하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건설근로자에 대한 대책 외에도 원도급사 CEO를 대상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간담회도 개최했다. 원 장관은 간담회에서 타워크레인 설치 현황 등 현장의 공사 상황을 점검하고 각 건설사의 건설현장 현황과 주요 불법행위 피해 사례, 건설사에서 제시하는 불법행위 대응 방안 등을 청취했으며, 준비 중인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의 추진 방향에 대한 업계의 의견도 수렴했다.

원 장관은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서 불법행위를 신고하지 못하고 불법과 타협하는 하도급사들이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불법 행위로 피해받는 하도급사에 공기 준수를 강요하는 것은 건설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라는 무언의 지시와 다를 바 없는 만큼 현장의 실무자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게끔 여기 계신 CEO들이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불법행위 근절은 아무리 국가의 법적 대응이 있더라도 원도급사의 의지가 없이는 근절이 불가능하다”며 건설 현장의 법치 확립을 위한 원도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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