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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포비아]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의 부작용 ② 학교와 사회

무례한 인간들 때문에 폐업 결정한 소아과와 삶을 포기한 교사 코로나19로 2년 이상 지속된 비대면 문화, 단절된 인간관계 스트레스 해소 역량 눈에 띄게 줄어, 관련 대책 마련 시급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해 사회 전반에 문제를 일으킨단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로 인해 한 소아청소년과는 폐업을 선언했고, 한 젊은 교사는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다. 비대면 사회로 인한 ‘익명성’에 편리함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이 점차 타인에 대한 배려를 포기한 탓이다.

심지어 인간관계에 두려움을 느껴 관계 회피를 추구하는 접촉포비아는 사람의 역할을 기술이 대체하게 할뿐더러 개인의 스트레스 해소 역량을 저해시키고 쉽게 포기하도록 유도한단 분석도 나왔다. 이에 정부·기업·민간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편한 비대면에 불편한 배려를 잊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며 그간 발전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산업 전반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직장에서는 재택근무가 선택지로 부상했고, 교육계에서는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주목받았으며,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전환을 목표로 전자 행정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차질 없는 업무 수행이 가능하자 사람들의 비대면 선호도 역시 급증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전자연구원)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전자연구원은 지난 2020년 ‘비대면 사회의 변질: 접촉포비아 사회, 기회와 위협’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비대면 문화는 곧 대면 접촉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문화라고 분석했다. 또 이미 접촉 회피를 위해 다양한 사회시스템이나 서비스가 기계로 대체됐고, 개인의 고립성이 심화돼 관계 취약성이 두드러질 거란 예측도 더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무례함의 비용’을 저술한 크리스틴 포래스(Christine Porath) 조지타운대학교 맥도너 경영대학원 교수도 비대면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인간관계에 취약한 회피 성향의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무례함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책은 2018년에 발간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가 급격히 확산된 지금, 포래스 교수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운영하고 있던 소아청소년과 문 앞에의원 문 닫겠습니다’라는 공고를 붙이고 폐업을 선언했다. 너무 많은 민원과 지나치게 무례 보호자의 태도에 소아 진료에 대한 심한 회의가 느껴진단 이유에서다. 공고에 따르면 해당 전문의는 이달 초 홀로 병원을 찾은 9세 환아의 보호자에게 ‘만 14세 이하 아동은 보호자를 대동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하며 함께 내원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보호자는 근무 중이라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끝내 환아가 치료받지 못하자 분노한 보호자는 지역 맘카페에 해당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게재하고, 보건소에 신고하는 등 악의적으로 대응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새내기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다. 2년 차 교사였던 A씨가 쓴 일기장에는 “학급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모든 것은 선생님 잘못’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정말로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이 느껴진다”는 얘기가 써 있어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또 “학급 내 폭력 사건과 관련된 학부모가 개인 번호까지 알아내 연락한다”며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비대면의 부작용: 인성교육의 부재

대전교육정책연구소(이하 대전연구소)는 이같은 무례함, 즉 비대면의 폐해가 접촉 인간관계 단절, 인성교육 부재 등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초·중학생 등 아직 어린 학생들이 또래 없이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단 이유에서다.

대전연구소에서 진행한 ‘대전 초등 저학년 인성실태 분석 및 인성교육 방향 탐색’ 보고서는 관내 초등 2~3학년 담당 교사의 79%가 학교 현장의 인성 교육이 위기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는 같은 해 초등 저학년 1,380명을 대상으로 한 인성실태 진단 결과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지 묻는 문항이 5점 만점 중 3.49점으로 저조하게 집계된 것이다. 인성실태 결과의 전체적인 평균치는 4.15점이었다.

이처럼 소아청소년과를 폐업에 이르게 한 보호자의 갑질이나 서이초 교사를 극단적으로 몰아간 학부모, 제때 인성교육을 받지 못해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까지 비대면의 폐해는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전자연구원의 예측처럼 인간관계에 두려움을 느껴 단절을 선호하고, 인간관계로 인한 잠재적 위험을 분리하기 위해 비대면 사회를 희망하는 ‘접촉포비아 사회’로 변질돼 가는 것이다.

충청남도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남학생이 교단에 누운 채 수업 중인 교사를 촬영하는 모습/사진=틱톡

사람을 쉽게 포기하도록 만드는 ‘접촉포비아’ 대응 시급해

아울러 접촉포비아의 진짜 문제는 사람들이 스트레스 해소 역량을 잃게 하는 데 있다는 관점도 있다. 인간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관계 갈등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아닌 포기하는 것을 선택한단 얘기다. 한 사회문제 전문가는 “사람들에게 점점 ‘끈기’가 사라지고 있다”며 “비대면으로 인해 심화된 개인주의가 낯선 스트레스 상황에서 직면이 아닌 회피를 선택하도록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1학년도 4년제 대학 자퇴 학생 수가 9만7,326명으로 재적 학생 대비 4.9%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유미옥 송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전공 과목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학생들은 이전처럼 동기간·사제 간 상담 없이 쉽게 자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사람인 HR연구소는 코로나19로 인해 퇴사율이 평균 20%가량 늘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심지어 올해 6월 국내기업 34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3 상반기 퇴사 현황’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46.1%가 ‘작년과 비슷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타인과의 사회적 연결고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써 복지와 생존에 결정적인 요인이다.’ 줄리안 홀트-런스타드(Julianne Holt-Lunstad)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정신과 교수의 말이다. 사회가 구성원들의 미숙한 자기감정조절과 스트레스 해소 역량 약화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한다면 사회는 점점 고립될 것이고,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공백도 야기될 것이다.

이미 애플, IBM,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은 재택근무를 지양하고, 조직 내 의사소통 역량 부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문제에 엄중히 대응하고 있다. 국내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역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 자살·자해를 감행하는 위기청소년이 늘어났다”고 밝히며 청소년심리상담센터 전국적 확대, 고위험 청소년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 등을 시작했다. 사회적 공백이 사회 전체의 발전 저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관련 계획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 지원 체계, 정신건강 회복 지원 등을 담은 중장기 계획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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