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5,000억원 투자” 소부장 특화단지 재투자 나선 정부, 긴밀한 ‘관심’ 이어질 수 있을까

소부장 특화단지에 5,000억원, "공급망 핵심 단지로 육성할 것"
애로사항 해소하겠다는데, "이번엔 '관심' 제대로 가져줄까"
거듭 특화단지 던지는 정부, "적극적인 정책 발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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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부산과 대구, 광주 등 5곳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에 향후 5,000억원을 투입해 공급망 핵심 단지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진한 지원에 경쟁력 약화가 가시화한 상황을 타파하겠단 취지다. 다만 업계에선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은 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화단지를 만들어두고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지난날을 반성할 필요가 있단 주장이다.

정부, 5개 소부장 특화단지에 5,000억원 투입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위원회’를 주재해 “오송 바이오, 대구 전기차모터, 광주 자율주행, 부산 전력반도체, 안성 반도체 장비 등 5개 소부장 특화단지에 향후 5년간 약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산업의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지정된 2기 소부장 특화단지는 △부산(전력반도체) △대구(전기차 모터) △광주(자율주행차 부품) △경기 안성시(반도체 장비) △충북 청주시 오송(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등 5곳이다. 최 부총리는 “주요국의 첨단산업 경쟁이 더 이상 개별 기업 간 대결이 아닌 ‘클러스터 간 산업 생태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산업 생태계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부는 우선 5개 단지 전체에서 △수요-공급기업 공동 연구개발(R&D) △실증 지원 테스트베드 구축 △소부장 인력 양성 △금융·기술 지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R&D에는 총 2,318억원, 테스트베드 구축에는 2,228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특히 충북 오송 바이오 특화단지엔 배양·정제 분야 기업 간 공동 R&D를 지원하고 대구 전기차 모터 특화단지는 ‘모터 성능인증 지원센터’를 조성, 광주 자율주행 특화단지는 단지 내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구를 신규 지정해 자율주행 기술의 트랙레코드 확보를 지원할 방침이다.

미래 시장선도형 첨단 소부장 기술 확보를 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기계금속, 전기전자, 기초화학, 바이오 등 현재 7대 분야, 150개 핵심전략기술을 우주항공, 방산, 수소를 포함한 10대 분야, 200개 핵심전략기술로 확대하겠다고도 전했다. 연내 우주항공, 방산, 수소 등 신규 분야 으뜸기업도 추가 선정해 기술개발부터, 사업화, 글로벌 진출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기업을 밀착 지원하겠단 계획이다.

소부장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에 대한 R&D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앞서 해외 수요기업이 참여하는 협력 모델을 2건을 처음 발굴하는 등 총 7건의 협력 모델을 승인했으며, 현재 부처별·기관별로 운영 중인 소재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기관과 소재 연구 데이터 공유를 위한 국제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범부처 지원협의체를 통해서도 애로사항을 계속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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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협력 모델 강조했던 정부, 하지만

정부가 소부장 특화단지를 만들겠다 나선 건 지난 2021년의 일이었다. 당시 정부는 △반도체(경기) △정밀기계(경남) △탄소 소재(전북) △디스플레이(충남) △이차전지(충북) 등 5개 소부장 특화단지를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은 뒤 최종 선정된 5개 단지에 맞는 지원전략을 수립했다. 정부가 내걸었던 핵심 정책 추진 방향은 ‘글로벌 수준 소부장 클러스터 육성’이었다. 국내외 수요·공급기업 연계를 강화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거점으로써 특화단지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국내 첨단산업 세계 공장화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게 정부의 최종 목표였다.

정부는 당시 핵심 품목 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을 위해 소부장 협력 모델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품목을 집중 육성해 미래 가치사슬에 대응하겠단 전략이었다. 협력 모델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4년간 600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설비투자에는 80억원 정책금융 등을 적정금액 조정을 거쳐 투입하고, 향후 인력·인프라, 규제특례 등 맞춤형 패키지 지원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시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4개 협력 모델로 오는 2025년까지 약 1,500명 고용과 1조원 이상 신규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사업 재편, 글로벌 협력 등 다양한 모델을 지속 발굴해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연대와 협력’ 지원 제도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제 기능 못한 정부 청사진, ‘특화단지’ 효용 어디로

정부의 ‘목표’는 여전히 높다. 지난 2022년 정부는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 발표와 함께 전기·수소차 판매 비중을 33.3% 목표로 한 2030년 국가로드맵 등을 세웠다. 미래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인지센서, 제어부품, 통신시스템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광주 자율주행차 부품 소부장 특화단지’와 영구자석, 구동모터, 구동모듈 등 전기차 모터 밸류체인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대구 전기차 모터 소부장 특화단지’, 그리고 차량용 전력반도체에 적용 가능한 고성능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주요품목으로 하는 ‘부산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추진하겠다며 특화단지 정책을 또 한 번 꺼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특화단지만 만들어 두고 제대로 된 지원이 이어지지 않은 탓이다. 정부가 계획한 특화단지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산업적 ‘대전환’을 꿈꿔볼 수도 있었겠지만, 막상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23년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신규 5개 소부장 특화단지에 대한 기반 구축’ 분야 예산은 170억원 정도였다. 1개 특화단지별로 따지면 34억원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앞선 글로벌 소부장 클러스터 육성도 근원적으로 자금 부족 문제가 적지 않았고, 이는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단순히 특화단지를 구성하는 데 그쳐선 안 되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발굴과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나마 올해 5,000억원 투입을 공식화하긴 했으나, 특화단지에 대한 보다 긴밀한 ‘관심’이 필요하단 건 업계 전반이 공감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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