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무너진 홍콩 경제, 부활을 위한 고군분투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세계에서 가장 늦게 국경 개방
관광업 부진, 증시 급락, 부동산 침체에 인력 유출까지
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맞물려서 경기침체 장기화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홍콩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세계에서 가장 늦게 국가 간 교류와 경제 활동을 재개했다. 이렇다 보니 홍콩 경제는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긴장, 홍콩 경제의 경기순환적 요인 및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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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항셍지수 15% 하락,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 흔들린다

지난해 많은 전문가들은 홍콩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홍콩 경제성장률은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민간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수출·입이 감소하면서 무역 전반이 위축됐고, 특히 핵심산업인 관광업이 부진하면서 지난해 3분기 홍콩을 찾은 누적 관광객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8년의 65% 수준에 불과했다.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관광업은 GDP(국내총생산) 중 4.5%의 부가가치를 창출했지만 국경을 개방한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과거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본투자와 자산시장에서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주택가격이 잠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5% 가까이 하락했다.

4조6,000억 달러(약 6,050조원) 규모의 홍콩 주식시장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하면서 미국 S&P500 지수가 전년 대비 25% 상승한 데 반해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는 15% 이상 하락하면서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상반기 홍콩 증시는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평균 거래액도 140억 달러(약 18조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IPO(기업공개)로 조달된 자금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지난해 GDP 전망치를 4.5% 이상에서 3.2%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홍콩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이자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고물가로 中 선전으로 넘어가 쇼핑하는 시민 증가

팬데믹 이후 홍콩의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데는 경기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경기적 측면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홍콩 현지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주거용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과 매력이 떨어졌고 이는 주택시장의 침체로 이어졌다. 인접한 중국 광둥성 선전에 비해 임금과 물가가 높은 것도 문제다. 홍콩달러 강세와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되는 선전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쇼핑과 여행을 즐기는 홍콩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가 야간 경제 진흥책인 ‘나이트 바이브즈 홍콩'(Night Vibes Hong Kong)’ 캠페인 등을 통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홍콩과 중국 경제의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앞으로도 시민들은 가까운 곳에서 더 저렴한 서비스와 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영향을 미쳤다. 미·중 간 무역 제재와 기술 통제가 심화되면서 양국의 무역 점유율이 급감한 데다 미국과 중국이 베트남, 멕시코 등 제3국을 경유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미·중 간 교역에서 중개 역할을 해왔던 홍콩의 무역시장도 침체됐다. 홍콩은 오랜 기간 중국 본토를 오가는 관문으로 기능해 왔고 금융서비스, 무역, 물류, 관광업 등 서비스 부문에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중심지로 성장하며 번영을 누려왔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고립과 단절이 장기화되면서 홍콩에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은 미·중 간 무역을 넘어 더 광범위한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또 다른 도전 과제다.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명을 기록하면서 홍콩은 세계적으로도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도 현재 20% 수준에서 10년 내 3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2020년 시위대 강경 진압에 이어 국가보안법 제정, 코로나 제로 정책으로 인한 국경 폐쇄와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최근 홍콩을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홍콩의 젊은 세대들이 비교적 쉽게 이민 허가를 얻을 수 있는 영국, 캐나다 등으로 이주하면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국가보안법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젊은 노동인구의 유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인력 유출,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이같은 인력 유출은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홍콩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홍콩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의 74%가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다수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인력 유출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본토로부터 인력을 유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고학력 인재들의 이주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은 시행 첫해에만 10만 건이 승인됐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된 ‘우수 인재 입경 계획’에 이어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홍콩의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구문제와 달리 재정 적자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홍콩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 등 사회복지 부문의 지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홍콩은 중장기적으로 광범위한 재정적자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경기 침체를 극복하겠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연설에서 그는 ‘홍콩 북부 메트로폴리스 개발 사업’과 ‘카우이차우(Kau Yi Chau) 인공섬 건설 사업’ 등 2개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북부 메트로폴리스 개발 사업은 홍콩과 마카오, 선전의 9개 도시를 아우르는 새로운 국제도시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로 이미 주요 철도와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카우이차우 인공섬 건설 사업은 고질적인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구장 1,300개 크기의 인공섬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홍콩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오는 2025년 착수해 2032년에 입주민을 들이는 계획으로 새로 건설되는 인공섬에는 약 26만여 가구가 입주할 전망이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묶는 ‘메가시티’를 건설해 아시아 최대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홍콩의 경제적·정치적 불확실성과 대규모 자금 조달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해당 프로젝트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문의 저자는 베라 유엔(Vera Yuen) 홍콩대학교(University of Hong Kong) 경영경제학부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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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유엔/사진=University of Hong Kong

영어 원문 기사는 Hong Kong’s economy struggles to get back on its feet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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