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기차 보조금’, 배터리 무게 적고, 에너지 출력 클수록 ‘보조금’ 더 받는다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및 재활용 가치에 따라 ‘보조금 차등화’
“국내 완성차 기업 수혜에 초점 맞춰진 정책”이라는 평가
빠르게 둔화하는 국내 전기차 시장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일수도
현대차-울산공장-아이오닉5-생산-라인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 라인/사진=현대자동차그룹

올해 배터리 무게 대비 성능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셀 에너지 밀도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화된다.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금액 구간도 5,500만원으로 하향됐다. 정부가 지난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했던 국내 전기차 시장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가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개편 추진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를 대상으로 올해 적용할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편안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매년 초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발표하기 전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과 차량 가격, 지급액 등 보조금 수령에 필요한 주요 내용을 확정한다. 정부는 이달 말 행정예고를 한 뒤 이르면 2월 초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올해 개편안의 핵심은 승용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에 따라 보조금 액수를 다르게 책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특히 배터리 무게 대비 성능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셀 에너지 밀도에 보조금이 차등화된다. 배터리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 출력이 클수록 보조금을 더 지급받을 수 있는 구조로, 이를 수치화하기 위한 ‘배터리효율계수’ 방식도 도입된다.

또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금액 구간도 기존 대비 하향 조정된다. 현재 전기차 가격 기준 5,700만원 미만이면 100%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이 기준을 5,500만원으로 내리기로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첫 전기차 구매자와 청년층, 취약층에 추가 보조금이 지급되도록 개편했으며,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가치 여부도 보조금 산정 기준에 새롭게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대체로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기업이 개발 중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통상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이 높다. 배터리 밀도 기준이 적용될 경우 LFP 배터리를 장착한 대다수 중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 여기에 현재 수입산 전기차 가운데 가격이 5,500만원 미만인 차량이 거의 없는 점도 사실상 국내 완성차 기업이 주로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진현대차-뉴스룸
사진=현대차 뉴스룸

전기차 시장 부진 막으려는 정부

올해 보조금 기준이 재설정된 이유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국토교통부 통계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수입차 포함)은 15만9,693대로, 2022년(15만7,906대)보다 1,787대 감소했다. 연간 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전기차 도입이 본격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역성장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지난해 11월까지 543만2,900대로 이미 전년 판매량(486만6,200대)을 뛰어넘었으며, 미국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50%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밖에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전기차 시장 대부분 지난해 11월에 이미 2022년 판매량을 넘어섰다.

향후 국내 전기차 시장 전망도 부정적이다. 특히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지난해보다 약 10% 줄면서 수요 전망이 좋지 않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한국산 전기차가 북미 시장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탓에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할 가능성마저 높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5년 이후에도 에너지와 자재 가격 변동, 정책, 소비자 심리, 증설 설비투자 지연 등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여러 변수에 대한 대응이 충분치 않으면 수요 둔화 장기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유독 국내 전기차 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진 원인으론 전기차 가격 부담이 지목된다. 자동차융합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고급차 중심으로 전기차 신차가 출시되고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일반 소비자가 사기에는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 혹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더 선호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충전 속도, 화재 위험성에 대한 불안감이 얼리어답터들을 제외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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