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양안 관계 ‘현상 유지’ 택한 대만, 자국 내 문제가 최우선

대만 민주주의 최대 위협 중국, 대만 침공 시 강력한 정치적 억압 예상
양안 관계 현상 유지 위해 숨죽이는 대만, 서방의 강력한 주장은 역효과 의견도
중국 문제 의견 수렴 보인 대만, 정체된 임금·저렴한 소득 등 자국 내 문제 부각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과 같은 비민주주의 강대국이 아시아 지역의 정치 외교 및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주의 퇴보 및 권위주의 강화는 중국의 영향이 아니라 대부분 자국 내 정치 및 사회·경제적 갈등에 의해 주도 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Lai Ching-te, Taiwan's vice president and the ruling Democratic Progressive Party's (DPP) presidential candidate waves to supporters at an election campaign event in Taipei City, Taiwan, 3 January 2024 (Photo: Reuters/Ann Wang).
사진=East Asia Forum

대만, 민주주의 유지 위해 정치적 굴욕도 감수

세간에는 중국의 경제 발전이 아시아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에게 권위주의에 대한 정당화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반자유주의를 주창했던 지도자들은 자국의 권위주의 모델을 참고하는 경향이 훨씬 크다.

다만 예외적으로 대만에서만큼은 내부 요인보다 중국의 영향이 정치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막대한 인명 손실과 물질적 피해가 초래될 뿐만 아니라, 강력한 정치적 억압이 수반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대만 민주주의의 생존은 중국 정부가 내린 정치적 결정에 크게 달려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만은 한국보다는 권위주의에 대한 이념적·제도적 잔재가 덜 남아있는 데다 일본보다는 선거 환경에서 더욱 선진적이라는 점에서 냉전 이후 민주화 물결의 보석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대중의 정치 참여 척도인 대만 총통 선거 투표율이 75%를 웃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다. 더욱이 대만은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지도자들이 양안(중국-대만) 관계를 냉철하게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공연한 독립 주장으로 시진핑 정부를 몰아세울 경우 중국의 침공으로 인해 치명적인 경제 및 국방 손실이 발생할 것을 인지, 중국에 의한 정치적 굴욕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한 결과로 해석된다.

차이잉원(Tsai Ing-wen) 정권을 포함해 양 당 주요 인물들 중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지금까진 양안 관계에 대해 현상 유지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정치인들이 대만의 자치권을 큰 소리로 주장하거나 대만의 중국 견제를 위한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행위는 대만 민주주의에 역효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의 경제·사회적 이슈 전면 부각

최근 보도된 동아시아포럼의 이번 대만 총통 선거 관련 칼럼에서도 대만 내 정치 주류들의 중국 문제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며, 현상 유지에 대한 대만 국민의 선호도가 공고해졌음이 확인된 바 있다. 아울러 차이잉원 총통 집권 기간 민진당이 보여줬던 독립 지지 호소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과의 관계보다 대만 내 사회 및 경제 과제가 전면에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차이정민(Chung-min Tsai) 대만국립정치대학(National Chengchi University) 정치과학부 교수와 이브 티베르기엥(Yves Tiberghein)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정치과학부 교수는 민진당 정권 8년 이후 불안한 경제 전망, 저소득, 임대료 인상, 에너지 불안, 불평등이 가장 큰 정치적 이슈가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해당 이슈들은 전 타이페이 시장인 커원저(Ko Wenje)와 그가 속한 민중당의 중도 정치 포퓰리즘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됐는데, 사실상 효과는 전무했다. T.Y. 왕(T.Y. Wang)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Illinois State University)의 정치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만 국민들은 중국과의 관계보다는 △정체된 임금 △저가 주택 부족 △불확실한 직업 전망 등을 포함한 민생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커원저는 직설적이고 간결한 입담으로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반체제 아웃사이더’로 호평받았으나 반민진당 후보들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커원저의 당선 가능성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반민진당 표가 분리되며 라이칭더(Lai Ching-te) 부통령이 선두 주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대만 총통 선거는 1996년 이후 민진당과 국민당 양강 체제로 경쟁해 왔으나,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총통 선거를 계기로 3강 구도로의 전환을 점치고 있다. 아울러 청년 유권자의 투표율과 선호도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차기 정부가 어떤 당이든 대만은 △국제 경제 외교에 대한 제약 △성장 모델에 대한 지정학적 위험 △이민 및 국제 무역에 대한 더 많은 개방을 요구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정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문의 저자는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아시아 태평양 단과대학 공공정책 크로포드스쿨 소속 EAF 편집위원회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aiwan’s democracy thrives under the shadow of China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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