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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최저 ‘또 한번’ 경신? ‘철밥통’ 공무원 몰락에 정부는 발만 ‘동동’

저조한 공무원 응시율, 응시자 평균 연령도 '증가세'
'공무원보단 쿠팡맨'?, "병 얻으면서 박봉 받을 바에야"
정부는 '언 발에 오줌 누기', "무능한 공직 사회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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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이 21.8:1로 집계됐다. 1992년 19.3:1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다. 당초 9급 국가공무원은 높은 직업 안정성으로 소위 ‘철밥통’이란 말까지 나오던 인기 직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민간 대비 낮은 연봉과 열악한 처우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숏츠 등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인기가 풀썩 시들었다. 보수적 분위기와 소위 ‘일잘러’들에 업무가 집중되는 기형적 업무구조가 팽배한 점 등도 공무원의 메리트를 깎았다.

9급 공무원 경쟁률 21.8:1, 평균 연령 30.4세

인사혁신처는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선별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선발예정인원 4,749명에 총 10만3,597명이 지원해 21.8: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최근 9급 국가공무원 공채의 경쟁률은 2020년 37.2:1, 2021년 35.0:1, 2022년 29.2:1, 2023년 22.8:1이었다. 올해 지원자 감소 폭은 지난 2년(2022년 3만2,586명, 2023년 4만3,998명)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했으나, 결국 ‘역대 최저치’ 기록은 다시 한번 경신됐다. 이로써 2011년 93.1:1로 최고치를 기록한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은 2022년 이래 3년 연속 30:1 아래를 기록하게 됐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전반적으로 지원자가 감소했음에도 일반행정직(전국 일반)은 경쟁률이 77.6:1로 작년 73.5:1 대비 소폭 상승했다. 교정직과 출입국관리직 또한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늘었다. 선발 분야별로는 행정직군 4,091명 선발에 9만152명이 지원해 22:1, 과학기술직군은 658명 선발에 1만3,445명이 지원해 20.4: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직렬은 50명을 선발하는 교육행정직(일반)으로, 1만568명이 접수해 211.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과학기술직군에서는 시설직(시설조경)이 3명 선발에 238명이 접수해 79.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 지원자가 54.0%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30대(35.6%), 40대(9.2%), 50세 이상(1.2%)이 그 뒤를 이었다. 지원자의 평균 연령은 30.4세였다. 지난해 대비 평균 연령 또한 0.5세 늘어난 셈이다.

응시자 수 ‘급락’, “마이너스 요소 대비 플러스 요소 ‘전무'”

최근 공무원 시험 응시자 감소 그래프는 매우 가파르다. 그나마 교육행정직이 여전한 인기를 보이며 절대 수치를 견인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지원자는 지난 2010년 14만1,347명에서 점차 늘기 시작하다 2017년 22만8,368명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2년 뒤인 2019년 19만5,322명으로 20만 명대가 무너지더니 2022년엔 16만5,524명, 2023년 12만1,526명까지 줄었다. 지원자 수가 급감세에 접어든 이유에 대해 인사혁신처 측은 “9급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 학령인구 감소, 고교선택과목제 폐지 등이 겹친 점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떠맡는 책임감과 업무량, 정신적 스트레스 등 마이너스 요소에 비해 플러스 요소가 매우 적은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공무원은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받아서 적당히 살아가는 데 요긴한 직업’ 정도의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높아지는 물가에 비해 급여 상승량은 미미했다. 정부에 따르면 9급 공무원 1호봉 급여는 177만800원으로 최저임금을 밑돈다.

더군다나 말단 공무원의 민원 업무에 대한 기피 인식이 생겨나면서 공무원으로서의 메리트는 사실상 거의 사라졌다. 공무원 ‘철밥통’의 한 축을 담당하던 공무원연금이 불안정한 모습으로 불신을 키운 점도 인식 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무원 할 바에 쿠팡 (배송) 뛰며 사는 게 낫다’는 의견도 부쩍 늘었다.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누적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보다 신체적 스트레스가 상당함에도 나름대로 일정을 조율할 수 있으며 수입도 짭짤한 쿠팡맨이 ‘차라리’ 낫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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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 한 학교 국가직 9급 공채 시험장에서 응시생들이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다/사진=인사혁신처

선호도 저하 임계점 ‘돌파’, 봉급 인상으로 ‘일단 불 끄기’?

이처럼 공무원 선호도 저하는 이미 임계점을 돌파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인사혁신처는 우수인재 선발을 위한 밑 작업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정부의 인재 영입 의지는 확고하다”며 “공직 홍보 강화, 공직문화 혁신, 하위직 공무원 처우 개선 등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인사혁신처는 우선 지난해 공직 홍보 강화를 위해 전국 대학 및 고교에 직접 찾아갔던 ‘공직박람회’ 등 적극적인 채용 활동을 올해에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공직문화 혁신을 위해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과 관리자 소통 역량 및 리더십 교육도 강화한다. 하위직 공무원 처우 개선은 가장 기본적인 봉급 인상부터 시작한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2.5% 수준에 불과하지만 9급 초임 봉급은 6%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김성연 인사혁신처 인재채용국장은 “다양한 제도 개선을 통해 정부는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직무역량이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미미한 수준의 단순 봉급 인상이 공무원의 메리트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공무원들의 업무에 수반되는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대한 경감하고 공무원 보호 정책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공무원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각 진단 영역에서 ‘위험’ 수준을 나타냈다.

우선 응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직 차원에서 관리 방안이나 조치가 이뤄지는 정도를 의미하는 ‘감정노동 보호체계’는 남성·여성 공무원 모두 위험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성 공무원의 ‘감정노동 보호체계’ 지수는 11.1이었다. 9~16 사이에 위치하면 위험 범주로 분류되는데, 4개 진단 영역 가운데 이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성 공무원 역시 12.1로 가장 높았다. 감정노동 대응 방법에 대한 답변으로는 ‘개인적으로 참아서 해결'(46.2%)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공무원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공직 사회에 ‘나태한 분위기’가 만연하단 점도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공무원의 장점 중 하나인 ‘직업 안정성’은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한다. 눈에 띄게 성과를 내지 못해도 해고 불안 없이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열심히 안 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소화해야 할 분량을 팀원이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결국 일 잘하는 직원이 독박을 써야 한다. ‘내가 안 잘리는 건 장점, 쟤가 안 잘리는 건 단점’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셈이다. 이에 대해 전직 공무원이라 밝힌 한 누리꾼은 “결국 일을 잘하는 소위 ‘일잘러’ 들은 보상 없이 쌓이는 책임감의 무게에 공직을 떠나고 ‘나태러’들은 인공위성처럼 떠다니기만 반복한다”며 “이렇게 무능한 공직 사회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인공위성들만 연차가 쌓이니 상사 자리엔 꼰대만 남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즉 인사혁신처가 내건 ‘봉급 6% 인상’이 끝없이 저평가되는 이유는 공무원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는 상당히 동 떨어진 정책이기 때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며 버티는 정부 또한 무능한 공직 사회의 단면이다. 보다 직접적인 ‘한계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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