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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직전에도 기준은 ‘깜깜이’, 삼성-미국 보조금 세율 등 혼란에 기업 불안도↑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고심 커지는 기업들, "아직 뚜렷한 기준도 없어"
美 반도체 보조금도 과세 대상? "최저한세 제도가 보조금 헤택 깎아먹는 꼴"
OECD "최저한세 도입 후 저율과세되는 이익의 약 80% 줄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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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에 대한 대기업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글로벌 최저한세가 도입되면서 1분기부터 기업은 해외에서 추가로 발생할 법인세액을 추정해 공시해야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헝가리,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실효세율이 15% 미만인 국가에 해외 자회사를 둔 대기업 다수가 예상 비용 산정 단계부터 애를 먹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은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이 최저한세에 따라 세금 책정 대상이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오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와 삼성전자 사이 일정한 대책 마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긴 하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최저한세 적용 직전의 혼란함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어 기업들의 불안이 가중된다.

법인세 파악 나선 기업들, “명확한 기준 없으니 예측 가능성 떨어져”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분기 분기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대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설립한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할 추가 법인세 파악에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글로벌 최저한세 영향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았을 때 다른 나라에서 추가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국내 약 245~300여 개 기업에 적용될 것으로 추측된다. 제도 시행에 따라 매출액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 다국적기업은 분기 분기보고서부터 주석에 관련 추가 세액 예상 금액을 산정해 법인세 비용에 계상해야 한다.

그러나 주석 공시를 위해 필요한 해외 자회사에 대한 정보 취합 여부부터 주석 공시 방식까지 명확한 방침이 정해져 있지 않은 탓에 각 기업 재무 담당자의 고민이 크다는 풍문이다. 각 자회사의 개별 재무제표상의 당기순이익과 각종 세액공제 이후의 법인세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가 명확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LG화학이나 삼성전자와 같이 해외에서 보조금을 받아 실효세율이 낮아질 경우에 대한 대응부터 전환기 적용면제(세이프하버) 특례가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한 세부 검토가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베트남으로부터 법인세율을 15% 미만으로 줄이는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이 혜택이 적격환급가능 세액공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롯데그룹, GS, HD현대 등도 전환기 적용면제 특례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검토를 끝내지 못한 상황이라고 사업보고서에 공시하고 있다.

조세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선 불안감만 더욱 조성된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국외에서 조세 면제 또는 감면 혜택을 받았던 것들이 예상치 못한 세금으로 빠져나갈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한세가 적용되면 일부 기업의 유효세율이 최대 7%p 안팎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일례로 자동차 부품사 한온시스템의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시 유효세율은 40.9%에서 48.0%로, 적용 전후 7.1%p 변동이 발생한다.

다른 기업도 최저한세 시행에 따른 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은 태국 소재 법인에서 추가 세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고, 기아도 헝가리에서 추가적인 법인세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재계에선 최저한세 시행으로 법인세 부담이 과도하게 확대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세 부담이 늘어나는 건 물론 제도 자체가 복잡해 예상 법인세 비용을 계산하기도 힘들다”며 “관련 시스템 구축 역시 까다로워 기업들의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보조금 ‘세금’으로 떼이나

최저한세 시행 소식에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으로부터 60억 달러(약 8조원) 이상의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약속받았는데, 여기에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이 적용되면 삼성전자가 도리어 한국에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국제조세 전문가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 내 ‘실효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실효세율 계산 시 ‘분자’인 세금은 그대로인데 ‘분모’인 기업 소득이 보조금 규모만큼 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받아 실효세율이 15% 미만으로 낮아지면 한국에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 그만큼 보조금 혜택이 상쇄되는 셈이다. 사실상 대규모 투자로 어렵게 따낸 보조금 혜택을 최저한세 제도가 깎아 먹는 꼴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적지 않다.

물론 삼성전자와 미국 정부가 보조금 및 글로벌 최저한세와 관련해 ‘별도 협의’를 했다면 최저한세 문제를 피해 갈 여지도 있다. 예컨대 보조금을 삼성전자 실효세율을 계산하는 ‘소득’에 포함하지 않거나 일부만 포함하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을 경우 글로벌 최저한세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60억 달러 보조금을 한 번에 수령하는지 일정 기간 동안 나눠서 받는지 등에 따라서도 세금 계산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법무법인 소속 회계사는 “삼성전자가 보조금 및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비밀을 유지하고 있어 미 정부와 어떤 협의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며 “미국 정부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투자로 발생한 세금을 한국 정부가 가져가는 것이 좋을 리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별도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내용 조정이 이뤄지는 동안 안팎으로 갈등이 일 수 있단 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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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한세 적용 전후 혼란 불가피, 기업 우려도↑

결국 글로벌 최저한세란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할 때까진 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한세 적용으로 이전 대비 손해를 보는 기업이 적잖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글로벌 최저한세와 다국적기업의 과세 이익'(The Global Minimum Tax and the taxation of MNE profit)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이후 저율과세되는 이익의 약 80%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저율과세되는 이익의 비율이 전 세계 이익의 약 36%에서 7%로 감소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차차 기업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뜻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선 우려가 쏟아진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조세 분야의 가장 큰 변화인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에 관해 국내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추가 세 부담 및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33%)이었다. 이와 관련해 고경태 EY한영 세무 부문 대표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제도의 복잡성 및 전문가 부족으로 준비가 부족해 고민했다면 현재는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으로 추가 세 부담을 최소화하거나 당면한 회계 결산 및 주석 공시의무를 준수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현 시류를 설명했다. 앞서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으로 당장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도 대부분의 나라가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점진적으로 추가 세 부담은 ‘0’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당장은 진통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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