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의 계절’ 도래,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 속출

감사 시즌 맞아 ‘상장폐지’ 위기 상장사 다수
태영건설,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 사유 발생
두산에너빌리티도 회계 부정 '중과실'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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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대부분이 감사보고서 제출을 완료했다. 현행법상 상장사는 정기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거나 감사보고서 제출을 못하고 있는 만큼 상장폐지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코스피 3곳·코스닥 14곳 제출 지연

21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중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801곳, 코스닥 상장사 1631곳 등 총 2,432곳이다. 대부분의 정기주총이 이달 말로 예정된 만큼 모든 기업은 22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날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은 코스피 122개, 코스닥 330개다. 지난 20일 기준 감사보고서를 제출시한까지 내지 않은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3곳, 코스닥 상장사 14곳 등 총 17곳이다.

제출시한이 가장 많이 늦어진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인 삼영전자공업이다. 이 회사는 감사 증거 입수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가 지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 EDGC도 지난 19일 계속기업 불확실성 관련 자료가 일부 미제출됐다는 이유로 다음 달 8일까지 제출 기한을 연장했다. 대산F&B는 주요 감사자료 제출 지연으로 제출기한을 다음 달 8일로 연장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디딤이앤에프도 결산, 외부증빙 및 향후 사업계획의 제출 등과 같은 감사 증거 자료제출에 시일이 소요되면서 제출기한을 내달 8일로 연장했다. 뉴보텍, 나노 역시 감사 절차를 완료하지 못해 제출시한을 연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장사 가운데 18곳이 결산 감사보고서를 지연 제출했다. 이 중 5개사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지연 제출한 40개 상장사 중 15곳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됐다.

아직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기지 않았지만 감사의견 비적정설과 관련해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기업도 있다. 코다코, 비유테크놀러지 등이다. 통상 한국거래소에서 조회공시를 요구할 때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직접 내용을 전달받은 사례가 많아 비적정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기업의 감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주가 변동이 확대하기도 한다. 불확실성이 투자심리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즉시 거래가 정지되고, 적정의견을 받을 때까지 거래 재개가 불가능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감사의견 재취득까지 수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거래정지된 회사는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그대로 상장폐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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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외부감사인 재무제표 감사 ‘의견 거절’

외부감사인 의견 거절 등 회계 문제가 발견된 종목들도 감사보고서를 제때 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재무 건전성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올해 초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도 이에 해당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밝히고 그 사유로는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과 ‘주요 감사절차의 제약’을 꼽았다.

삼정회계법인은 공시를 통해 “태영건설은 지난해 391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6천7억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천691억원 초과하고 있고, 총부채가 총자산을 6천355억원 초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계속기업으로 존속할지는 회사의 자금조달 계획과 영업성과, 재무 등 경영개선계획의 성패와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기업개선계획 의결 여부와 약정 체결 여부 등에 좌우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확실성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태영건설의 투자·대여 자금 중 손상 규모, PF 보증 채무 중 부채 전환 금액 등이 앞으로 PF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변할 수 있어 현재 재무제표를 확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PF 사업장별로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장마다 어느 정도의 이익이 나오고, 우발채무가 발생할 것인지 등을 확정할 수가 없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한 건 이런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인의 ‘의견 거절’은 태영건설의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다. 태영건설은 거래소에 상장폐지 여부를 가리는 이의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회계 부정으로 과징금 처분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회계 부정으로 161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부정이 ‘중과실’이라고 봤다. 이에 지난 7일 회사와 전·현직 대표이사 등은 검찰 통보, 감사인 지정 3년 제재를 받았다. 대표이사 2인에게는 각각 2,000만원, 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정회계법인에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감사업무제한 1년 등의 처분이 가해졌다.

당시 증권선물위원회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해외 건설공사 등 일부 프로젝트에 대해 총공사 예정원가 과소 산정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과대계상하거나 공사손실충당부채를 과소계상했다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논란이 된 사안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인도 현지법인 두산파워시스템즈인디아(DPSI)가 2016년 수주한 2조8,000억원 규모의 자와하푸르 및 오브라-C 화력발전소 공사다. 공사 당시 원가 상승으로 발생한 손실을 제때 파악해 회계 처리했는가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회사의 이견이 갈렸다.

금감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017~2019년에 걸쳐 약 3,000억원의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고의적인 회계 누락으로 봤다. 이에 400억원가량의 과징금 부과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올렸다. 이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가 상승분 분담과 관련된 발주처와의 분쟁 때문에 반영 시기가 늦어졌으며 2020년에야 손실을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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