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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방지법’, 정부기관 25%에만 적용? “가상자산 ‘사각지대’ 어쩌나”

가상자산 유관기관 13곳 지정, 제한 범위는 '4급 이상'
김 의원 코인 의혹에 불신 팽배한데, "법률 사각지대 너무 크다"
유관기관 '셀프 지정' 논란도, "유관기관 설정 재논의 이뤄야"
이인호-인사혁신처-차장
이인호 인사혁신처 차장이 9월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상자산 재산 등록 관련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인사혁신처

이달 말부터 정부 전체 중앙행정기관 53곳 중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13곳에 소속된 공무원들의 가상자산(코인) 거래가 일부 제한된다. 이들 13개 부처에서 근무하는 장·차관은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가 금지될 예정이다. 이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 이후 통과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도박성이 짙은 가상자산에 대한 공무원들의 접근을 제한해 투명성을 제고하겠단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전체 행정기관 중 일부에 대해서만 제한이 이뤄졌다는 데 대한 반발이 주를 이룬다. 전반적인 정책 설정의 범위를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시행, 공무원 가상자산 신고 의무화

1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4급 이상 공무원이 재산을 등록할 경우 보유한 가상자산의 종류와 수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지난 5월 김남국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코인 거래 의혹이 불거진 후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이뤄진 후속 조치다. 기존의 공직자윤리법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국가 정무직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지자체 정무직공무원, 4급 이상의 국가·지방 공무원 등의 재산 등록을 의무로 지정했는데, 가상자산은 등록을 ‘권고’할 뿐 의무 등록 대상은 아니었다.

이에 인사처는 가상재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한 시행령 개정에 맞춰 전체 53개 중앙행정기관에 ‘가상자산 보유 제한에 관한 운영지침’을 전달하고 나섰다. 지침에 따르면 가상자산 유관기관으로 선정된 기관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사혁신처, 검찰청, 관세청, 통계청, 경찰청, 금융위원회, 국세청, 특허청 등 13곳이다. 앞으로는 이들 13개 기관 내 가상자산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가 금지된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의 범주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고 인정되는 부서’로 결정됐다.

가상자산 제한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뿐 아니라 상급 감독자들도 가상자산 보유가 금지된다. 상속·증여 등의 사유로 인한 예외적 보유 사유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제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전보일 또는 직무 변경일 등으로부터 6개월 동안 가상자산의 취득이 제한된다. 기존에 획득한 정보를 활용해 가상자산을 매수하는 등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일정 기간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기관의 기관장과 부기관장은 소관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직위라는 점을 감안해 가상자산 보유·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예컨대 기재부 장·차관이나 법무부 장·차관, 행안부 장·차관 등은 재직 시 가상자산 보유·거래가 일절 금지된다.

김남국 의원이 쏘아 올린 ‘작은 공’

가상자산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부터 공무원에 대한 가상자산 제한은 꾸준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도박’이란 인식이 강한 가상자산에 공무원이 발을 들인다는 데 사회적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가상자산 등을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직무 관련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가상자산 업체와 ‘뒷거래’를 통해 공무원이 뒷돈을 만지는 경우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앞서도 언급된 김 의원 가상자산 논란이다. 각종 언론에 따르면 김 의원은 대량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하다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2월 말~3월 초 사이 이를 인출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김 의원이 ‘비상장 코인 투자’에 30억원가량을 소위 ‘몰빵’ 투자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의 가상자산은 8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즉 비상장 코인 투자에 코인 자산의 3분의 1이 넘는 거액을 쏟아부었다는 의미다. 비상장 코인 투자는 흔히 ‘야수의 심장’을 지닌 이들만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위험한 방식의 투자다. 때문에 코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상자산 업계와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15일 총 51만2,000여 개의 위믹스 코인을 테더(USDT) 118만1,560개와 클레이페이(KP·케이피) 코인 58만9,100여 개로 교환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해당 거래는 클레이페이 코인의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 LP)로 참여하기 위한 거래로 보인다’며 “다만 비상장 상태인 신규 코인들은 거래가 힘들기 때문에 ‘스와프(기존 통화와 물물교환)’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통해 현금화 가능한 상장 코인으로 교환해야 한다. 클레이스왑이 대표적인 스와프 서비스 제공 업체”라고 설명했다.

실제 클레이스왑엔 클레이페이를 상장 가상자산과 교환할 수 있는 여러 교환 상품이 출시돼 있다. 김 의원은 이 중 하나인 ‘클레이페이↔테더’ 상품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테더 1개는 미국 1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다. 즉 달러로 클레이페이를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자신의 돈을 투자한 것이다. 김 의원의 투자는 클레이페이에 호재로 작용했다. 김 의원 투자 전날 1,200~1,400원대를 오가던 클레이페이는 김 의원이 투자한 당일 최고 3,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클레이페이의 하루 거래량은 20만~80만 개 수준이었는데,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루 전체 거래량을 넘어서는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김 의원 혼자 한 것인 만큼 일반 투자자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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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무소속(前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사진=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캡처

공직 불신 팽배, 강경 정책에도 ‘구멍’은 여전

김 의원 사태 등을 거치면서 사회 전반에 공무원의 가상자산 접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가상자산을 통한 ‘돈세탁’ 등 공직 청렴과 관련한 신뢰가 완전히 깨져버렸단 의미다. 이에 정부는 공직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개정안 통과 이전부터 정부는 경기도 소속 4급 이상 공무원에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신고토록 하는 등 강경 정책을 이어 나갔다. 1급 이상 재산공개 대상자에 대해선 가상자산 재산 형성 과정을 기재토록 하고, 1년간의 거래내역을 증빙자료와 함께 제출하도록 하기도 했다. 당초 재산공개 대상자가 기재해야 하는 재산 형성 과정은 비상장 주식과 부동산 등 특정 재산에 한정돼 있었는데, 이 범주를 가상자산에까지 넓힌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제한 대상이 4급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돼 있어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가상자산 유관기관으로 선정되지 않은 나머지 75%에 달하는 40개 기관 공무원들의 가상자산 거래는 전혀 제한받지 않는다. 4급 이상 공무원의 재산공개 등록만 의무일 뿐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것에 대한 제재는 일절 없다는 뜻이다. 인사처에 따르면 가상자산 유관기관 선정은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 이른바 ‘셀프 지정’이다. 유관기관 또한 인사처가 각 기관에 가상자산 유관부서가 있는지 질의한 뒤 각 기관의 질의 여부에 따라 선정됐다.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사각지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8년 유권해석을 통해 가상자산 유관기관으로 지정했던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유관기관에서 제외된 게 대표적이다.

재산 의무 신고 대상이 아닌 4급 미만 공무원들의 가상자산 투자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관련 행동강령이 제정되지 않은 나머지 22개 기관에서도 직무 관련성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급과 부처에 관계없이 재산상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공무원을 관련 직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부정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지난해 12월 발간한 ‘가상화폐 관련 공직 부패의 우려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이 가상자산 유관기관으로 불리는 (당시) 16개 기관 소속 공무원에 한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한 정책 재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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