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에 담뱃값 오른다? 업계도 소비자도 ‘점진적 인상’ 주장

담뱃값 인상은 기정사실? 대한금연학회 "2030년까지 조금씩 올려야"
갑작스러운 인상 시 금연 효과 일시적, 흡연율 잠시 주춤하고는 '제자리'
가파른 인상에 담배 업계만 이득 볼 수도, 인상 방법 충분히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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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가격 인상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에 따른 세수 결손분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내후년 담뱃값이 최대 8,000원까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마저 나오는 가운데, 업계 및 소비자는 ‘점진적 인상안’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가격 점진적으로 올려야” 업계·소비자 한목소리

올해 기준 담배 한 갑의 가격은 4,500원으로, 제세부담금(소매 가격의 74%에 해당) 약 3,323원이 포함돼 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권고 수준인 소매 가격의 75%에 근접하지만, 사실상 여전히 낮은 가격이다. 이에 곳곳에서는 담배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는 최근 ‘담배가격정책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진행한 학술대회에서 물가지수 등과 연계된 점진적인 담뱃값 인상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4년부터 매년 점진적으로 담배 가격을 올려야 국민 총소득분 대비 담배의 실질 가격이 유지되는 한편, 203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만원(인플레이션 반영) 수준의 담뱃값이 형성돼 안정적인 조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원포인트’식 담뱃값 인상으로는 체계적인 금연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며 “물가 연동제를 통해 흡연자들이 ‘내가 어느 시점에서는 정말 끊어야 하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로도 2년 주기로 약 1,800원씩 인상하는 안 등이 제시됐지만, 국민의 조세 저항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비자 역시 점진적 인상안을 지지하고 있다. 작년 한국 갤럽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담뱃세와 담뱃값 인상은 물가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63.3%에 달했다. 한 번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보다 1.77배 높은 수준이다. 업계 역시 급진적인 가격 인상은 오히려 금연 및 세수 확보 등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갑자기 가격 올린다고 ‘금연’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국내 담배 가격과 담배 제세 부담금은 큰 폭으로, 상당히 급작스럽게 인상돼 왔다. 담뱃값의 급작스러운 인상은 일시적인 흡연율 감소 효과를 낸다. 실제 2014년 24.2% 수준이었던 흡연율은 담뱃값이 2,000원가량 오른 2015년 22.6%로 1.8%p 감소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흡연율이 다시 반등한다는 점이다. 담뱃값 인상 이듬해인 2016년 흡연율은 23.9%로, 인상 이전인 2014년에 근접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담배 관련 세수입 역시 2015년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오히려 정체 혹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가격 인상은 담배 업계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2015년 담뱃값 인상 당시 연간 담배 소비량은 2014년 43억 갑에서 2015년 33억 갑으로 급감한 바 있다. 하지만 2015년 KT&G의 영업이익은 1조3,663억원으로 전년(1조1,969억원) 대비 14.1%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014년 29.1%에서 2015년 33.0%로 약 4%포인트(p) 뛰었다.

급작스럽게 가격을 인상할 경우 단기적인 가격 저항으로 총수요가 감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흡연율은 결국 제자리를 찾게 되고, 오히려 담배 업계만이 평균판매단가(ASP) 인상으로 수혜를 입게 된다. 사실상 본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담배 업계의 배를 불리는 엉뚱한 결과가 도출되는 셈이다. 선거 여론을 고려해 총선 이후 본격적인 담뱃값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는 정부가 택할 ‘인상 방식’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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