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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도 규제도 다 푼다” 이어지는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

대규모 신규 택지 조성 소식 전해져, 총 8만 가구 공급 예정
고물가로 주택 착공 급감하며 심화한 '공급 부족' 문제 대응책
'일단 짓고, 일단 규제 완화하고', 정부 부동산 정책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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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토평2지구 신규택지/사진=국토교통부

경기도 3개 지구 및 청주시, 제주시에 대규모 신규 택지가 조성된다. 15일 국토교통부는 구리토평2(1만8,500가구), 오산세교3(3만1,000가구), 용인이동(1만6,000가구), 청주 분평(9,000가구), 제주화북2(5,500가구) 등 총 5개 지구를 신규 택지로 선정하고 일대에 총 8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신규 택지 조성은 ‘주택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선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고물가로 주택 착공이 급감한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직접 물량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신규 택지 조성, 대출 완화와 같은 ‘무조건 부동산 부양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지방 중심 신규 택지 조성 예정

1만8,500가구가 공급되는 구리토평2는 한강 변에 위치한 지역으로, 서울시 중랑구·강동구가 인접해 있어 거주 수요가 높은 편이다. 정부는 입지 장점을 살려 한강 조망에 특화된 주거단지를 마련하고, 수변 여가·레저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성장 혁신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상봉역(7호선, GTX-B), 망우역(경의중앙선), 장자호수공원역(별내선)과 연계하는 대중교통 내·외부 순환을 통해 철도교통 접근성을 개선한다.

오산세교3지구에는 총 3만1,000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해당 지구는 오산세교 1·2지구 등 기존 택지가 가깝고, 화성·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1호선 오산역 및 수원발 KTX(25년 개통), GTX-C 연장 등 철도 교통을 기반으로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 차후 주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중심지라는 입지 특성을 고려, 차후 반도체 산업 지원 기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총 1만,6000가구가 공급되는 용인 이동지구는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 테크노밸리(1·2차) 등 다수의 첨단 산단이 위치한 지역이다. 정부는 IT 인재들의 거주 만족도 향상을 위해 최신 스마트 시티 기술을 적용한 ‘하이테크 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동탄역, 용인이동, 반도체 국가산단을 연결하는 동서 간 도로를 확충하고, 대중교통망을 연계해 교통 여건도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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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사진=SK하이닉스

청주분평2지구엔 총 9,000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다. 청주역·오송역을 중심으로 한 신규 산업단지 조성, 인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 등으로 차후 주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이다. 정부는 청주국제공항 및 오송역(KTX·SRT)을 연결하는 대중교통망을 신설해 교통 편의성을 개선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산단과 신규 조성 산단의 산업 기능을 연계·보완하고, 주변 원도심에 부족한 상업·MICE·커뮤니티 등 서비스 시설을 설치한다.

제주화북2지구는 동부권 도시 활력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신규 택지다. 인근에 삼화지구, 화북공업지역 등 기존 주거지와 업무 지역이 위치해 있으며, 제주 도심과 연결되는 연북로·번영로 및 제주공항과 가깝다. 정부는 지식·첨단산업, 상업, 생활SOC 기능 등을 배치, 해당 택지를 동부권을 대표하는 ‘주거복합단지’로 조성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 ‘주택 공급 부족’ 우려 심화

이번 신규 택지 공급은 최근 부동산 시장을 달군 ‘주택 공급 부족’ 문제의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철근, 콘크리트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은 2020년 연말부터 빠르게 상승해 왔다. 철근 가격은 45%, 시멘트 가격은 52% 급등했다. 설상가상으로 인건비까지 상승곡선을 그리며 건설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고, 건설사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주택 착공이 감소하며 미래 공급 물량 감소 위험이 가시화했다.

올해(7월 기준)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2,299호로 전년 동기 대비 54.1% 감소했다. 주택 인허가 역시 20만7,278호로 29.9% 줄었다. 입주 물량 감소 속도는 내년부터 눈에 띄게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입주 물량이 2024년 31만 호, 2025년 23만 호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 평균값이 33만 호, 최저치가 약 20만 호(2011~2013년 연평균)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통상 아파트 기준으로 착공 이후 2~3년 후에나 준공 및 입주가 가능한 만큼, 미리 움직이지 않으면 사태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신규 택지 물량이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한층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을 위험이 있다. 결국 이번 대규모 택지 물량은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예방책’인 셈이다.

‘무조건 풀어줘서 괜찮나’ 우려의 목소리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조건적인 공급 확대 및 부동산 완화 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규제 지역 해제 △분양가 상한제 개편 △재건축 부담금 완화 △안전 진단 완화 등 수많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왔다. 즉 이 같은 조치가 결국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이며, 결국 다주택 투기 수요를 활용해 경기를 부양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불안감을 자극하는 지지율 향상용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쏟아낸 ‘실수요자 지원 방안’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지원에 중점을 둔 정책이 대부분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은 다시금 대출에 의지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겨우 감소한 가계부채 잔액은 다시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자그마치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거시경제적 리스크가 심화하고, 다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위험이 크다.

현재 정부가 선제적으로 신규 택지를 마련할 명분은 충분하다. 관건은 이를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과정’이다. 다주택자 투기를 부추기고,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가계에 부채를 전가하는 정책을 ‘부양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는 건강한 시장 성장 및 수요 충족을 위한 방책을 고안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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