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과 봉사활동 건수의 ‘등가교환’? “자발적 봉사 참여 유도책 필요해”

10대 자원봉사 실인원, 2020년 대비 3분의 1
헌혈 건수도 감소, "2021년 대비 15% 이상 줄었다"
'인맥 대입' 없애야 하지만, "봉사 기회는 열어야"
대구과학대학교 사회봉사단 소속 학생들이 연탄을 나르고 있다/사진=대구과학대학교

대입 전형과정에서 공정성을 강화하겠단 취지로 개인 봉사활동을 반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서 청소년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최근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봉사활동실적 폐지 조치가 청소년들의 봉사활동 기회 자체를 가로막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소한의 봉사활동 기회를 보장할 만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자원봉사 실인원 ‘뚝뚝’, 발길 끊긴 기관들 ‘빨간불’

12일 행정안전부 1365 자원봉사 포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10대(14~19세) 자원봉사 실인원은 24만4,625명에 그쳤다. 2020년 73만3,474명 대비 3분의 1까지 급감한 것이다. 실인원은 봉사활동을 최소 1회 이상 참여한 인원수를 뜻하는데, 올해 실인원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9년(163만6,782명)에 비해 6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금 추세라면 10대 봉사활동 인원수는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봉사활동이 성적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더 이상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2024학년 대입부터 학생부 비교과 항목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하면서 봉사활동 실인원 수는 최근 급격하게 감소 추세다.

앞서 교육부는 2019년 말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고 정규 교육 과정 이외의 활동을 대입 생활기록부에 반영할 수 없도록 했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 상급학교 진학 시 학교 봉사활동 실적은 인정하지만 개인 봉사활동 실적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적으로 헌혈한 경우 봉사활동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봉사활동을 통해 인력을 충당하고 있던 기관들엔 비상이 걸렸다. 이에 일각에선 자발적인 봉사 참여를 유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인식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어릴 때부터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헌혈 건수 감소 역시 장기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주로 참여했던 봉사 활동 중 하나인 헌혈이 개인봉사활동 영역에서 제외되면서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던 10대 학생들의 헌혈 건수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16~19세의 헌혈 건수는 46만2,186건이었는데, 이는 2021년(54만4,176명) 대비 15% 이상 줄어든 수치다. 10년 전인 2013년(105만8,704건)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대한적십자사는 “2013년 전체 헌혈 건수의 36.3%를 차지했던 10대 학생들은 지난해 전체의 17.4%로 쪼그라들었다”며 “지난해엔 오히려 40대 헌혈자 비중(17.5%)이 10대를 추월해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한 헌혈의 집 관계자는 “헌혈이 봉사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더 오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이 주로 찾았던 헌혈의 집의 경우 채혈량이 50% 이상 크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학교로 방문하는 단체 헌혈마저 줄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감이 커졌고 학교에서도 헌혈 시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해 단체 헌혈이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한 헌혈자가 침상에 누워 헌혈을 하고 있다/사진=부산구치소

“청소년 봉사 활로 열어야, 정책 보완 필요할 듯”

개인봉사활동실적 기록 폐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서 시행됐다. 기록 폐지 당시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봉사활동은 부모의 개인적 인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며,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불만이 많은 ‘수도권-지방’, ‘도-농’ 간 봉사 수요처 격차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교사가 직접 보지 않은 사실을 굳이 기록할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다. 김 대표는 이어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외고, 자사고, 과학고, 영재고 등 서열화된 학교체제를 통해 이어지며 ‘특권계층’이 형성되고 있다”며 “특목고의 학부모 네트워크가 일반고 학생 입장에서는 생각조차 못한 인턴십이나 논문 작성 등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 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특목고 출신들이 법조·경제계, 관료사회 등에 너무 많이 포진돼 있다”며 “특목고·자사고에 선발권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특권층’을 만들어 내는 제도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개인봉사활동실적 기록 폐지는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문제는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경험해 볼 기회가 확연히 줄었단 점이다. 더군다나 최근엔 대입에 자기소개서 제출마저 전면 폐지되면서 봉사활동 경험을 풀어낼 창구마저 사라졌다. 시험만 해도 달 간격으로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를 치러야 하고 수행평가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타 활동도 포기할 수 없는 고등학생 입장에서 굳이 봉사활동을 나갈 이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봉사활동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하는 일이니 만큼 단순히 대입 성적을 채우기 위한 목적을 버리고서라도 할 가치가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결국 어린 학생 시절부터 ‘봉사활동은 결국 현실에 치여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길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만큼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할 만한 정책적 노력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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