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덴프로이데] 미국 정치를 망치는 인간 심리 ②

대중화하는 당파적 샤덴프로이데 공화당 지지자가 만든 다크브랜든 밈 한국에서는 더 극단적인 경향 보여

‘경쟁자의 고통은 나의 기쁨’이라는 뜻을 가진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가 미국과 한국 정치계에 발현 중이다. 정치적 경쟁자의 고통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거나 공격한 대가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당파적 행위는 정치인과 언론 매체 등 정치 영역에서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최근엔 당파적 샤덴프로이데가 특정 직업군을 떠나 일반 대중에게 전파, 발전되고 있다.

정치인과 언론이 아닌 대중에게 전파

지난 15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의 스티븐 웹스터(Steven Webster) 정치학 교수는 정치심리학 연구 결과를 인용해 당파적 샤덴프로이데가 일반 대중에게 확산했다고 밝혔다. 웹스터 교수는 몇 가지 이슈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통해 대중화된 샤덴프로이데를 설명했다. 웹스터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 변화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인지하는 사람 중 35% 이상이 기후 변화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웹스터 교수는 특정 이슈에 대한 샤덴프로이데는 이념적으로 비교적 진보적인 사람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샤덴프로이데가 진보 진영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진보와 보수 지지자 모두 상대 진영 지지자에게 불행이 발생했을 때 기쁨을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은 보수 성향 사람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무시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4%로 달했다. 보수 성향 응답자도 팬데믹 기간 중 폐쇄적인 기업 운영 방식에 대한 비난한 진보 지지자가 일자리를 잃었을 경우 36%의 응답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웹스터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미국 정치계의 당파적 샤덴프로이데가 정치인과 언론 매체를 넘어 일반 대중에 전파됐다고 설명한다. 정치인 혹은 언론 매체가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던 샤덴프로이데가 단순히 반대 성향의 사람을 공격하거나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대중들에게 전파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는 심리적으로 질투와 열등감에 기반한 경향이 있으며, 최근에는 단순한 재미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굿즈 ‘Dark Brandon’/사진=Biden-Harris 공식 홈페이지

현재진행형 샤덴프로이데, ‘다크브랜든’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간의 당파적 샤덴프로이데가 절정에 달한 모양새다.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선언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일제히 바이든을 향한 조롱을 쏟아냈다. 주된 소재는 올해 80살을 맞은 바이든의 나이와 치매 의혹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인터넷 밈(Meme)으로 제작해 직접적인 비난 여론을 확산시켰다.

현재 진행 중인 다크브랜든(Dark Brandon) 이슈는 대중화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 현상을 여실히 대변한다. 다크브랜든 이슈는 공화당 지지자인 카레이서 브랜든 브라운(Brandon Brown)의 인터뷰 중 브랜든의 팬이 “바이든 엿 먹어라(Fxxk Joe Biden)”고 외친 것에서 시작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해당 사건을 소재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악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악마 모습으로 합성한 인터넷 밈을 제작해 ‘다크브랜든’이란 이름을 붙여 배포했다. 이후 공화당 정치인들이 다크브랜든 밈을 SNS 채널에 업로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다크브랜든 이슈엔 한 가지 반전이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 조롱 목적으로 제작한 다크브랜든 이미지를 바이든 캠프에서 사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위약한 이미지를 극복하려 했던 바이든 캠프는 악마로 합성된 바이든 대통령 이미지를 사용해 굿즈로 제작·판매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제시카 마이릭(Jessica Myrick) 교수는 “바이든 지지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제작된 다크브랜든 이미지를 바이든 캠프에서 사용하면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가 역전됐다”며 “지금은 다크브랜든이 확산할수록 트럼프 지지자의 고통은 커지고 바이든 지지자는 기쁨을 느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극단적으로 진화하는 한국형 샤덴프로이데

반면 한국 정치에서 대중화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는 비교적 유쾌한 미국 정치 사례에 비해 극단적으로 진행 중이다. 정치인이나 언론 매체에 비해 언어나 행동에서 자유로운 일반인들이 정치 성향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며 정치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일부 미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SNS, 유튜브 등 뉴미디어 채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물론 상대 진영 지지자들을 향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표현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유언비어 유포와 선동으로 일관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는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The Policy Korea

일간에선 정치 소재를 다루는 일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의 극단적 행동이 혐오와 폭력에 기반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한다. 정치인의 당파적 샤덴프로이데는 언론 매체라는 정화 장치를 통해 규범적 상태로 정화돼 유포된 반면, 대중화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는 일련의 여과 작용 없이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대중에게 유포된다. 해당 콘텐츠는 허위 사실이나 주관적 추측, 과장 해석이 추가된 채로 정치 이슈에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 쉽게 전파되는 것이다. 결국 콘텐츠 소비자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샤덴프로이데 콘텐츠 제작자가 만든 혐오와 폭력만 수용하게 된다.

문제는 한국에서 대중화된 샤덴프로이데가 개인의 영역에서 집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명 ‘일베’로 불리는 일간베스트저장소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엔 샤덴프로이데 콘텐츠 제작자들이 함께 연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실제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경향이 포착되고 있다. 비대면 영역에서 발생하던 샤덴프로이데를 직접 대면하게 된 것이다. 집단화하고 행동적으로 변모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는 집단적 정치 행동으로 포장할 수 있지만, 근저에 기반한 감정이 혐오와 폭력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사회적인 위험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분별한 샤덴프로이데는 결국 정치를 퇴보시킨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 확산은 극단적 정치 세력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중화된 샤덴프로이데는 일련의 규제 과정 없이 허위 사실과 주관적 추측으로 쉽게 대중을 선동하고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한다. 이들의 자극적인 언어와 행동은 경기 침체로 위축된 일반 대중의 눈과 귀를 쉽게 현혹한다. 이러한 과정은 제2차세계대전 발발 전, 독일에서 목격된 바 있다.

대중화된 당파적 샤덴프로이데에 언어적, 물리적 규제를 적용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파편화된 샤덴프로이데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며, 콘텐츠 제작을 통제하는 것도 제도적 난항이 예상된다. 정치의 영역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치에 대한 그릇된 관심과 목적은 사회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샤덴프로이데 제작자와 소비자의 사회적 자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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