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새로운 전술교리는 보급 차단?

우크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해군 기지에 드론 타격 영토, 영해 전쟁에서 무역 차단하는 경제 전쟁으로 전환 국제 무역 시장, 즉 글로벌 물가에 또 다른 악영향 될 전망

러시아의 해상 봉쇄가 벌어지고 있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가 수상 무인정(수상 드론)을 이용한 기습을 실행해 러시아 군함과 유조선을 잇따라 타격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등지를 폭격해 곡물 수출을 방해하고 나서자 이에 대해 본격적 ‘보복’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점차 경제 전쟁의 양상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흑해가 양국의 새 전장(戰場)으로 떠오르면서 전쟁의 양상이 영토 공방전에서 무역 차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SIG에 드론 타격

지난 4일 러시아 유조선 ‘SIG’가 우크라이나와 흑해를 잇는 전략적 군사 요충지 크림해협의 남쪽 27km 지점인 케르치해협 근처에서 기습 공격을 당했다. 러시아 해상 및 내륙수로 관리청(Rosmorrechflot)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으로 SIG가 손상됐다고 5일 발표했다.

엔진룸 일부가 파손됐지만 다행히 침몰이나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격 당시 11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크리미아 남부 지역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로 여파가 컸다. 이에 크리미아 다리를 가로지르는 교통은 약 3시간 동안 중단됐다가 다음 날 아침부터 재개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저하지 않고 공격을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SIG가 러시아 군을 위해 연료를 수송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민간인이 아닌 군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SIG는 앞서 시리아에서 러시아 군대에 제트 연료를 공급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SIG 공격에 앞서 4일 새벽에도 흑해의 러시아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의 해군 기지 인근에 있던 러시아 군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를 수상 드론을 이용해 공격했다. 이 배는 배수량 4,000t급 중형 상륙함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450㎏의 폭발물을 실은 수상 드론이 고르냐크호를 향해 돌진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공격으로 고르냐크함이 운항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 Youtube 캡처

흑해의 중요성

흑해 연안은 국제안보와 글로벌 경제 및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거점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쪽 방향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근처에 있는 보스포러스 해협(Boseuporuseu channel)을 통해 마르마라해(sea of Marmara), 다르다넬스 해협(Dardanelles strait)을 거쳐 에게해(Aegean sea)로 연결된다. 특히 지중해 등을 통해 대서양까지 선박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관계로 흑해는 지중해처럼 동·서 교역의 중심지이자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해상교통로(sea traffic routes)로 꼽힌다. 따라서 이 지역을 장악하면 적국의 무역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역 차단의 영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흑해는 곡물, 석유와 같은 원자재를 비롯한 세계 무역의 생명선으로서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양국이 영토 쟁탈전에서 경제 타격으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지적한다. 양국에 누적된 상당한 병력 손실과 군사비 부담으로 인해 지상 공세는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흑해 분쟁의 글로벌 파급 효과

흑해의 혼란은 세계 무역의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흑해는 동·서 교역의 중심지다. 항구 공격과 운송 중단으로 인해 무역이 중단되면 각종 물품들의 가격 급등과 일정 차질로 온갖 비용이 불어나게 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충돌은 전 세계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

IMF가 발표한 지난해 4월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8.5%, 우크라이나는 -35%까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은 더욱 암울한 전망을 내놨는데, 러시아는 -11.2%, 우크라이나는 무려 -45.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양국의 주요 수출품인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전쟁으로 인해 급등하면서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현재 19개국이 식량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식량 수출국이 자국의 비축량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세계 곡물 시장은 변동성과 혼란에 직면해 있다. 이는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직접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전쟁은 유럽 전역에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악영향을 주고 있다. UN에 따르면 690만 명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등 인근 유럽 국가들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며 난민 문제는 향후 유럽 전체의 사회·경제에 복잡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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