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돌아온 ‘지역 투자 펀드’ 조성 정책, 이번엔 뭔가 다를까?

또 들고 나온 ‘지역 투자 펀드’, 이번엔 ‘지속가능성’ 챙길 수 있을까 ‘분수 모르는’ 지자체, VC 스스로 걷어찬단 비판의 목소리도 정부는 ‘자금’ 챙기기 전에 ‘인프라’부터 챙겨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민간 투자 유도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펀드를 조성한다. 정부는 우선 공공 재정을 출자해 민간 자금을 더한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하고 지역의 대규모 사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및 규제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그러나 지역 투자 펀드는 ‘연례행사’처럼 진행돼 온 낡은 정책인 만큼 업계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 눈치다. 이번에도 ‘돈 뿌리기’ 정도의 선에서 그친다면 과거의 발자국을 다시금 쫓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발표

12일 기획재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5년간 지역투자가 2018년 239조원에서 2020년 330조원으로 상승했으나 실제 지역 활성화 효과는 미약했다고 분석했다. 지역 간 형평 위주의 중앙정부 재정 지원과 한정된 지자체의 재원 사정으로 단발적, 소규모 사업으로 끝났다고 본 것이다.

중앙정부, 시장보다 관 주도로 지역개발사업이 추진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자체 중심이 아니다 보니 사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취약했다는 설명이다. 지자체의 사업기획 경험 부족과 지방사업 특유의 리스크도 민간 투자를 끌어내지 못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자리와 사람이 모이는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목표로 세우고 지역 투자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모 펀드를 조성하면 민간이 필요에 따라 지자체와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자펀드를 결성하는 방식이다. 지자체와 민간기업, 금융 기관 등이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 전반을 주도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활용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도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이어 지역과 시장을 잘 아는 지자체와 민간이 공익성·수익성을 주도적으로 판단, 사업을 발굴하는 ‘바텀업(상향식)’ 방식을 전면 채택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는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각종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조성된 모펀드 자금은 자펀드에 후순위로 출자해 민간의 투자 리스크를 최우선으로 분담하고 PF 대출에는 특례 보증을 제공해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책임을 높이겠단 구상이다. 기재부는 오는 8월까지 모펀드 조성을 위한 투자 가이드라인 등 작업을 마무리하고 관련 출자 자금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지역 펀드 조성’은 연례행사?

‘민간·지자체 주도’ 지역 펀드 조성 노력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지난 2021년 당시 지자체는 ‘지역특화펀드’를 통해 지역 기업을 키우고자 했다. 특히 부산시는 부산 소재 벤처캐피털(VC)에 위탁운용사 선정 가점을 부여하고 의무투자액을 정해 부산지역에 투자할 경우 초과 수익 배분액의 10% 이내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세웠다.

2022년엔 정부 차원에서 4,700억원 이상의 지방전용기금(펀드)을 조성하기도 했다. 지역 혁신기업의 투자 유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팁스타운,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연계한 지역 투자자 연계 연결망을 구축하고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투자의 ‘자생력’을 키우겠단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수도권 벤처투자 비중은 약 20% 내외 수준에 머물렀다. 수도권 편중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었는데, 실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성과 불투명한 지자체 출자사업, 왜?

지자체 출자사업의 성과도 불투명하다. 실제 지난 2021년 전라북도 군산시는 ‘군산 혁신성장 펀드 1호’의 위탁운용사를 모집한 바 있으나 출사표를 던진 운용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광주광역시도 2차 정시 문화계정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분야에 1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으나, 이 분야에 지원한 VC는 단 1곳에 불과했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있어서 지자체가 출자하는 분야는 업계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모양새다.

지자체 출자 사업에 찬 바람이 부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의무 투자 비율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산시는 당시 모집 공고를 내면서 시 소재 기업에 펀드 결성액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단 조건을 내걸었다. 광주광역시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광주 소재 기업에 투자해야 한단 조항을 달았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실력 있는 기업을 발굴해 내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 ‘지자체가 분수에 맞지 않는 조건으로 VC를 다 내쫓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지역 생태계가 사실상 전무한 수준에서 금전적 투자만 지속하다 보니 투자에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실제 평택에 삼성이 들어선 뒤 아파트 가격이 뛰어올랐으나 최근엔 바닥까지 떨어졌다. 삼성이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지역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다 보니 대기업 하나에 부동산마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자체적인 생산 동력이 필요한 법이다. 지금까지 정부 및 지자체가 단행해 온 ‘단순 투자’만으론 부족하단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거점을 담당할 지역에 인프라를 형성하고 민간에서 추가로 기업 활동을 이어가는 식의 보다 본격적인 ‘정부·민간 합동 작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돈만 쥐여주고 민간에 도움을 ‘독촉’하는 형태는 결코 지속될 수 없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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