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청사 방치로 억대 세금 낭비, 활용안 어떻게 되나?

경기도 팔달구청사 빈방 지키기에 세금 2억원대 지출 “유령도시 돼 장사를 할 수가 없다” 무작정 이전으로 피해 속출 영화·드라마 세트장으로 활용하나, 지역 정체성 활용 못했단 비판도

경기도가 광교 신청사 이전으로 위축된 수원시 팔달구 옛 경기도청사 주변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영화·드라마 촬영장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당초 팔달구청사의 활용 방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 결국 구청사의 경비 공백을 막기 위해 6개월간 약 2억원을 소요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선 7기에서 청사 활용 계획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이전을 감행해 결국 불필요한 예산이 책정된 것이다.

대안 없이 무작정 이전한 경기도청, ‘빈방 지키기’에 억대 세금 낭비

앞서 경기도는 10개 동 연면적 5만4,074㎡ 규모인 구청사를 행정·문화 복합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해 10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구청사 신관 배치 및 신관 뒤편 잔디광장에 재난종합지휘센터를 증축하는 방안 등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다 한차례 부결됐다. 

이후 김동연 경기지사의 공약대로 구청사 내에 도내 6,000여 개의 사회적 경제 기업을 지원할 사회혁신 복합단지를 구성하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경기도의회 구청사에 조성 예정인 ‘사회적경제혁신파크’ 인근 건물과 공간에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과 단체들을 다수 입주할 수 있도록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후 11월까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상권이 내는 비판의 목소리는 날로 커졌다. 팔달산 상인회장인 이미령 씨는 “도청에 연관된 업소들이 많았는데 주 고객이 다 떠나고 나니 장사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전에는 많은 사람이 방문해 소위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잡초가 무성하고 사람이 없어 유령도시와 같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옛 충남도청 둘러싼 갈등, 연수시설 짓겠다 vs 지역 정체성 반영

경기도청이 직면한 청사 이전 이후 옛 건물 활용안에 대한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2년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뒤 대전에 남은 도청 옛 청사 활용 방안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옛 도청사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지어졌다. 이를 두고 주민 대다수는 옛 충남도청은 대전 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중요한 근대건축물이며 문화재 답사 첫 코스로 배정할 만큼 지역의 근대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해왔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있는 옛 충남도청/사진=대전시

하지만 2019년 충남도로부터 옛 청사 터를 매입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를 설치하고 남은 시설 중 일부를 공무원 연수시설로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부지 활용 목적을 정한 도청이전특별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던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옛 충남도청 내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수장품보존센터)이 2026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상 초기 단계부터 불거진 인재개발원 조성 논란과 함께 그동안 문체부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지역사회에 보인 소극적인 소통 의지 등 문화계와 상권계를 넘어 시민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진 것이다.

옛 경기도청 활용 문제와 완전히 동일한 상황은 아니지만, 청사 이전으로 인한 공백과 활용안이 부재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쟁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도청은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 이전에도 계속해서 ‘따뜻한 혁신파크’, ‘사회혁신복합단지’ 등의 계획이 있었지만,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관 건물의 개축이 불가능하고 접근성이 떨어져 번번이 부결되어 온 것이다.

옛 경기도청,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변모

비난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29일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영화·드라마 제작자, 감독, 피디(PD) 등 영상산업 관계자 20여 명을 초청해 옛 경기도청사 촬영 지원을 위한로케이션 팸투어(홍보 목적 현지답사)’를 개최했다.

옛 경기도청사는 1960년대 모더니즘 디자인으로 노출콘크리트와 테라코타(대형 타일의 일종) 외벽 장식이 있는 모양이며 2017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부지 자체가 총 6만5,900㎡에 경기도의회를 포함한 10개 동의 건물이 있어 공공기관 로케이션 촬영지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드라마 한 편이 옛 경기도청사를 배경으로 내년 초에 촬영될 예정이며 경기도는 현재 추가 작품을 물색해 대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번 로케이션 팸투어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 해 우리는’을 촬영한 수원 화성행궁처럼 옛 경기도청사도 지역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옛 경기도청은 경기도 통합 예약시스템인 ‘경기공유서비스’를 통해 신청하면 시민 누구나 행사·회의 등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경기도는 2019년 이후 중단된 벚꽃축제 등 각종 행사도 적극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구청사 자체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지역 정체성을 갖고 있어 촬영지로 사용하기에 아깝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애초 신청사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때 구청사의 활용안을 세우고 관련된 법적 공방을 해결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오는 만큼, 이번 늑장 대응으로 경기도는 국민의 세금 2억원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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