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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男수첩] 비혼주의 ③ 피는 물보다 진하다

여가부, 비혼 및 동거 가족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 안 한다 혈연을 우선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부모와 같이 사는 어린이가 스트레스 호르몬 덜 분비돼

여권이 신장하고 있지만, 정작 여성이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남성도 더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보고, 정리하고, 분석하겠습니다.

여성가족부가 비혼(非婚) 및 동거 가구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가족의 법적 정의를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현행 법령상의 가족의 법적 정의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를 의미한다.

이는 지난해 4월 발표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비혼 동거 커플이나 위탁 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한 발짝 후퇴한 것이다. 또한 건강가정기본법의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족으로 수정하겠다는 계획도 폐기하고 현행 유지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여가부는 입장 변경에 대해 “법률 개정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전적 근연도를 계산하는 인간의 본성

사실 지금 여가부가 취하고 있는 스탠스인 ‘혈연 중심의 친족 제도만 긍정하는 것’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윌리엄 D.해밀턴이 창조한 ‘포괄 적합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새로운 자손을 낳거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기가 가진 자원을 쓰는 대신, 이미 태어난 자손이나 유전적 근연도가 가까운 친족에게 자원을 투자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서, 자신의 유전자 운반의 기회를 더 크게 늘려나가는 전략을 쓴다고 한다. 한 명의 사촌을 위해 희생할 사람은 드물지만 여덟 명의 사촌을 위해 희생할 사람은 제법 되는 그 이치다. 인간은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친척을, 낯선 사람보다는 먼 친척을 돕고 그를 친밀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에 혈연 중심으로 가정을 꾸리고 호혜적인 이타성을 발휘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고, 혈연이 중심이 아닌 다른 형태의 가정은 유지가 될 수도 있지만 인간 본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에 더 많은 노력과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작업이 된다.

일례로 인간에게는 자신과 유전적 근연도가 높은 진짜 친족과 유전적 근연도가 낮은 먼 친족을 철저히 구분하는 본성이 내재되어 있다. 영어에서는 4촌 형제든 6촌 형제든 동일하게 ‘cousin’이라고 부르지만 “누가 좀 더 본질적인 ‘cousin’에 가깝습니까?” 라고 질문하면 많은 영어권 네이티브들은 4촌 형제를 가리키곤 한다. 이는 형제와 4촌 형제를 똑같이 ‘아바와’라고 부르는 베네수엘라의 야노마뫼족 인디언에게서도 발생하는 현상이다. 야노마뫼족은 ‘아바와’ 중 누가 진짜 아바와에 가깝냐는 질문을 받으면 4촌 형제보다는 그냥 형제를 꼽는다.

심지어 인간에게는 낯선 사람들 중에서 얼굴 생김새와 걸음걸이 등의 단서를 통해 친족을 판별해내는 능력마저 잠재되어 있다고 학자들은 분석한다. 누가 좋은 정치적 동맹이 될지, 누가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호혜성을 베풀만한 사람인지, 필요할 때 누굴 먼저 도와야 하는지 등의 판단에 있어 자신과의 유전적 근연도를 계산해 인간이 행동한다는 뜻이 된다. 심지어 친족 안에서도 자기와 가까운 사람, 유전자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은 번식 잠재력이 풍부한 친족을 우선적으로 돕는 것이 인간이다.

사진=유토이미지

정상 가족을 늘리는 고민을 해야

즉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은 그저 속담이 아니라 유전적 근연도, 즉 혈통적 유사성을 본능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는 격언이다. 가정생활은 즐거우면서 개개인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기초 단위라는 측면도 있지만 서로 희생하고 배려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데, 유전적 근연도가 낮은, 즉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끼리 쉬이 양보와 희생을 이끌어내기는 차마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양 부모와 핵가족을 이루어 사는 어린이들의 코르티솔 수치(스트레스 호르몬)가 제일 낮고, 계부, 계모나 먼 친척 등과 같이 사는 아이들의 코르티솔 수치가 높다는 연구도 있다. 높은 코르티솔 수치는 성장을 억제하고 생식 기능을 방해하는데, 이는 친족이 아닌 사람과 같이 가정을 이뤄 사는 것이 어린아이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정상 가족을 이루기 어려운 사회가 된다고 해서 정상 가족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가족의 형태를 정상 가족으로 편입하는 것보다는 정상 가족을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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