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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유류세 37% 인하에도 기름값은 요지부동

기획재정부, 고공행진 기름값에 유류세 인하폭 37% 확대키로 시장에 반영되지 않은 인하 정책, 문제는 정부의 관리 부족 뒤늦게 칼 빼든 정부, “불법 행위 적발 시 엄중 조치할 것”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에 시민들의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37%로 확대하고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80%로 높였다. 고물가 대응을 위해 도로통행료, 철도요금 등 공공요금은 ‘하반기 동결’ 원칙을 내세웠지만 전기·가스 요금은 소폭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5월부터 유류세 인하폭은 30%로 확대됐지만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2천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여기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한도인 37%까지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탄력세율은 법에서 정한 기준 세율을 정부가 상황에 맞게 일정 범위 내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세율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6월 28일 국무회의를 통해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유류세 인하분이 빠르게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유소와 정유사의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유류세 인하 발표에도 ‘동결 또는 인상’한 주유소 67%

한편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유류세를 인하한 결과 7월 1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11.37원 감소한 2,133.53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전날보다 7.38원 내린 2,160.28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의 유류세 인하는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물가 급등에 편승해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아보겠다는 주유소의 이기적인 동기도 물론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관리 부족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 ‘이(E)컨슈머’는 지난 2일 유류세 7% 추가 인하 첫날인 1일, 전국 주유소 중 전날과 비교해 휘발유·경유 가격을 인상했거나 1원도 내리지 않은 주유소가 무려 66~67%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컨슈머는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가격정보를 통해 전국 주유소 1만976곳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분석한 결과, 전국의 주유소 1만976곳 중 가격변동이 없는 주유소가 6,798(61.94%)곳,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487곳(4.44%)으로 드러났다.

5월 29~7월 3일 ‘유류세’에 대한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이러한 주유소들의 소위 ‘만행’은 국민의 기대에 대한 배신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위 그래프를 보면, 정부가 유류세를 37%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6월 19일에 유류세에 대한 언급량이 급경사를 보여주며 갑자기 급등한 것을 알 수 있다. 5월 29일의 26에 비해 무려 22배나 오른 수치(574)다. 물론 6월 26일에 328로 하락하긴 했으나, 유류세 인하 정책 발표 이전인 5월 29일(26), 6월 5일(21), 6월 12일(185)과 비교했을 때 각각 12배, 15배, 1.8배를 상회했다.

5월 29일~7월 3일 ‘유류세’ 언급량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5월 29일~7월 3일 ‘유류세’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또한 진입 장벽이 낮고 일반 대중의 참여도가 높은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 등의 유류세 언급량의 합계는 63.23%에 달했다. 뉴스에서 언급된 양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유류세에 대한 기대가 언론에 의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에 의한 능동적인 의견임을 절실히 보여주는 데이터다.

7월 1일~7월 3일 ‘유류세’에 대한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5월 1일~7월 1일 ‘유류세’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가격 담합 주유소, 엄중 조치키로

시장의 유류세 인하 미반영은 국민의 분노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파비에서 독자적으로 키워드 ‘유류세’에 대한 7월 1일~7월 3일의 긍부정 비중을 조사해 본 결과 부정적으로 느끼는 여론이 57.64%로, 긍정인 42.36%를 상회했다. 아울러 5월 1일~7월 1일까지의 ‘유류세’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에서도 유류세와 가장 밀접하게 접촉해 있는 키워드 중에 ‘문제’, ‘대책’, ‘정책’이 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5월에 유류세를 30% 인하했음에도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 시행에 맞춰 주 2회 이상 전국 순회 주유소 현장점검을 집중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지역별 주유소 가격 담합 등과 같은 불법 행위는 엄중 조치키로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오늘부터 유류세 인하 확대조치 시행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57원, 경유는 리터당 38원이 인하될 예정”이라며 “유류세 인하 효과가 시장 가격에 즉시 반영될 수 있도록 산업부를 중심으로 정유사 등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 직영주유소에서는 오늘 시행 즉시 가격을 인하하고, 자영주유소에서도 최대한 조속히 인하된 물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비상운송계획을 통해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이날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법정 최대 한도인 37%로 확대하고 연말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인하폭 확대와 함께 7월 첫째주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기관 합동 석유시장 점검단을 운영한다. 방 차관은 “주 2회 이상 전국 순회 주유소 현장점검을 집중실시하고 물가상승기에 편승한 지역별 주유소 가격 담합, 가짜석유 유통 등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조치할 계획”이라며 “정유사를 대상으로도 수급 품질을 집중점검해 위반행위 적발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류세’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늦어도 너무 늦은 점검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조치를 두고 ‘뒷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류세 인하를 시작한 이후 즉각적인 점검 조치에 나서지 않은 정부도, 기름값을 오히려 인상한 주유소도 국민의 이해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에 대한 이해는 빅데이터 여론에서도 나타난다. ‘유류세’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를 살펴보면, 유류세와 함께 ‘물가’와 ‘인상’이 같은 색(하늘색 그룹)으로 묶여져 있는 데다 위치도 가깝다. 이는 국민이 높은 기름값을 물가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여론의 이해에 의존한 채 마땅히 해야 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유류세 인하를 발표한 지 벌써 2개월이 지난 시점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엄격한 점검을 통해 피해를 입는 국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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