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은 폭증하는데…서울 아파트는 ‘거래절벽’

서울시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사진 = 한겨레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가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거래 건수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 조치와 더불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이 임박하며 시장에 주택매물이 급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1866건으로 2020년 8월(6만2606건) 이후 제일 높은 수준이다. 앞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한 3월 31일(5만1537건) 이후 약 20%가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3주째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수급지수는 5월 첫째 주에 91.1이었는데, 5월 넷째 주에는 0.5포인트 하락한 90.6으로 집계됐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보다 높을 시 반대로 적용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4월 아파트 매매거래를 1729건으로 잠정 집계했는데, 이는 지난해 4월(3655건)에 비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치다.

중저가 아파트가 집중되어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호가를 내린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가 붙지 않고 있다. 3830채 규모의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의 매물은 지난해 말 77채에서 현재 127채로 늘어났다.

강북구의 한 중개업소는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며 집을 보러 왔다가도 매수를 보류하는 사람이 꽤 많다”며 “6월 전에 급하게 팔려는 절세매물을 제외하면 성사되는 거래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이나 용산구는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호가가 오르는 추세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전용 136m²가 42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단지 매물은 올 초 75채에서 160여 채로 배로 늘었지만, 거래는 미미하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은 “아파트 자체가 고가여서 문의가 많지 않을 뿐,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자들이 많고 집주인 대부분이 매도가 급하지 않아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매수자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라며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실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도 거래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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